사이버 물흐리는 사이비 주소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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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다 실수로 'http://www.whitehouse.com' 을 입력하면 묘한 곳으로 들어간다.

백악관은 'com' 이 아니고 'gov' 인 점을 악용, 어느 업자가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해 홈페이지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 국내 대기업인 대우의 홈페이지에서 철자 하나만 바꿔도 이상한 사이트 문을 두드리게 된다.

유명한 기업이나 기관의 홈페이지 주소를 흉내내는 인터넷 호객꾼 (삐끼) 이 활개치고 있다.

유명한 인터넷 서점 'www.amazon.com' 이 각광받자 'amazon' 을 'amazom' 으로 바꾼 인터넷 서점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 주인은 잘못 타이핑한 이용자들을 다른 인터넷 서점으로 안내해 책 거래가 이루어지면 건당 12센트의 구전을 챙긴다.

실생활에는 유사상표가 단속 대상이지만 인터넷 세계에서는 한 글자라도 틀리면 고유상표로 인정받는 점을 악용, 인터넷 삐끼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의 국가 식별 코드를 이용해 외화 벌이에 나선 경우도 있다.

미국인 벤처기업가 에릭 굴리선은 희한한 이름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남태평양에 자리잡은 인구 10만명의 소국 통가의 식별코드가 영문 전치사 'to' 임에 착안해 이 나라 황태자 투포우토와 손잡고 영업 중이다.

'welcome.to' 나 'come.to' 또는 'travel.to' 와 같이 일반인이 외우기 쉽고 친밀감을 느끼는 인터넷 주소를 미리 확보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재미있는 사업이 등장했다.

바로 'tel.to' 가 그 주인공. 자신의 전화번호를 이용한 홈페이지와 전자우편 주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전화번호가 123 - XXXX일 경우 홈 페이지 주소는 'tel.to/123 - XXXX' , 전자우편은 '123 - XXXX@tel.to' 가 되게 해준다.

typo.net라는 회사는 이용자들이 주소를 잘못 입력하는 경우 이러한 실수를 바로 잡아 원래의 목적지로 안내하는 선량한 길잡이를 자처한다. 그 대신 이 회사는 광고를 유치해 짭짤한 수입을 챙긴다.

호남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강민구 (姜珉求) 교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아이디어의 싸움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여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고 말했다.

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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