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상생경영으로 일자리 16,000개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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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KT와 사업하면 망한다, 리베이트 없인 협력회사가 될 수 없다는 얘기를 중소기업인들한테서 듣고 뼈저린 각성을 했습니다. 잘못된 과거 문화를 바꿔서 주변과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상생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29일 열린 KT의 상생경영안 발표 행사에서 이석채 KT 회장(오른쪽에서 넷째)이 협력사 대표 등과 동반 성장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 상생경영 방안을 발표한 뒤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KT가 정보기술(IT) 기업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해당 업체의 가치를 파괴하면서 존재한다는 비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는 데 만족하지 않겠다. ‘상생의 사칙연산’이라는 이름의 실천안은 구체적 실천 의지”라고 밝혔다. 사칙연산이란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다. ▶KT의 역량을 협력사에 더하고(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며(減) ▶KT와 협력사의 시너지를 높여(乘) ▶성과를 공유(除)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KT가 내놓은 ‘IT 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방안’에 그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3조원의 생산유발, 총 1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KT는 추정했다.

‘더하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회사 KT캐피탈을 통한 자금 지원을 들 수 있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로 협력회사에 총 2000억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 협력업체에는 100% 현금결제를 하고, 중소 상공인들이 운영하는 100만여 업소의 홈페이지를 무료 구축해 준다는 계획도 밝혔다.

‘빼기’의 핵심은 구매제도 개선이다. 먼저 최저가 입찰 방식을 차순위 가격을 인정하는 형태로 바꾼다. 차순위 가격을 제시한 기업에도 일정 물량을 배당해, 입찰가 과당경쟁으로 인한 협력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덜겠다는 것이다. ‘협력사 평가’와 중복되는 적격심사를 폐지하고, 납품 서비스나 제품의 유지·보수 비용을 현실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유가·환율 변동으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면 이를 합리적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중소 IT 업체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곱하기’ 방안의 핵심은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IPTV와 ‘쇼앱스토어(가칭)’가 대표적 사례. 누구에게나 디지털 콘텐트 유통이나 방송·통신 융합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보험 등 특정 사업모델을 가진 업체가 KT 설비를 빌려 이동전화 재판매 사업을 할 수 있는 길도 트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식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데이터 분야의 통신 서비스 재판매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KT와 협력사 간 ‘윈윈’ 전략에 해당하는 ‘나누기’를 위해선 ‘성과 공유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정 협력사가 사전에 약조한 만큼 원가절감이나 품질개선을 달성하면 KT 연간 구입 물량의 30%를 2년간 해당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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