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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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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재 대한민국은 국토 불균형발전으로 수도권은 과밀화돼 신음하고 지방은 공동화돼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국토의 11.8%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7.2%가 모여 있으며 중앙 행정기관의 84%, 대기업 본사의 91%, 벤처기업의 77%, 10대 명문대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는 영국 런던권의 12.2%, 프랑스 파리권의 18.7%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수도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일본 도쿄권의 32.4%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지방은 도저히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상태로 지방경제는 침체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모두 서울로 몰려드는 현상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3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서울은 만원'이라는 탄식은 이미 그때부터 터져나왔으며, 서울의 팽창으로 인한 부작용은 수도권 전체의 과밀현상으로 이어져왔다.

역대 정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으며, 새 수도 건설은 대통령 선거의 단골 공약이기도 했다. 그것이 부분적으로 시행된 게 과천과 대전의 정부청사 이전이었다. 그리고 최근 20년 동안 수많은 공업단지를 지방에 건설했지만 그 정도로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도권 인구는 1970년 28%에서 80년 36%로, 그리고 2002년에는 47%로 늘어났다.

서울과 수도권 집중 및 과밀로 인한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교통체증과 이로 인한 물류비용.에너지 낭비, 환경오염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전국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교통비용만 해도 연간 1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40년이면 새 수도 건설비용을 웃돌게 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서울시민의 건강악화와 치료비용도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은 새 수도 건설로 합의되었다. 제16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신행정 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됐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발전은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에 달렸다. 국제사회의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더 이상 수도권에만 의존할 수 없다. 초과밀 상태의 수도권과 인구 과소화 상태의 지방이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새 수도 건설은 과거 독재시절 거점성장전략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발전해온 국토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새 수도 건설을 반대하며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일부 편향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는 서울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지역이기주의와 다름없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국토의 중심에 수도가 있어야 한다는 억지(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이나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 등 소위 21세기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국가 중 어느 나라의 수도가 국토의 중앙에 있는가?)나 추진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와 일부 원로의 과잉반응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더불어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백지화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일부 신문의 갈등 지향적 보도도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 역시 대선과 총선을 통해 국민의 동의를 획득했다든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했으니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아직 국민이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새 수도 건설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다. 이는 서울과 지방이 모두 함께 사는 길이며, 노무현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21세기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송기도 전북대 교수.정치외교학

*** 바로잡습니다

7월 23일자에 게재된 송기도 교수의 글 중 '새 수도…'로 표기된 단어들은 필자가 원래 '신 행정수도…' 로 표기해 기고했던 것이나, 본사의 교열과 용어 통일과정 중 '새 수도…'로 고쳐진 것입니다. 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새 수도…'로 변경된 데 대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