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단독입수 北잠수정관련 정부 '단계별 대응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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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속초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이 발견된 다음날인 23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신중대처' 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 (잠수정 사건) 은 북한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행위로 앞으로도 있을 것" 이라며 "그런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포용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 이라고 밝혔다.

林수석은 "이번 일로 보수세력이 햇볕정책을 흔들 것으로 보이지만 흔들리지 않겠다" 고 덧붙였다.

새정부의 단순한 인내심 만으로 보기에 어려운 언급들에 대해 적잖은 사람들이 갸우뚱했지만 林수석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이어 북한의 침투행위가 명백해진 26일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무력도발은 인명을 살상하고 시설을 파괴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적대국끼리 통상 벌이는 정찰.간첩활동을 무력도발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잠수정사건은 침투도발이지 무력도발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 했다.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말들이 나왔는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더했다.

그런데 본사가 28일 입수한 정부의 관련 문건은 이같은 의문을 해소해준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 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 4월 이번의 잠수정사건 같은 상황 발생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통일부가 민족통일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대북 (對北) 정경분리 원칙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 이란 이름의 문건은 이번 잠수정사건 대응과정에서 관계자들 모두의 지침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문건의 주요내용.

◇ 정경분리 적용 = 강릉잠수함 침투사건 (96년 9월) 같이 1차 목적이 대남전복이 아닌 경우 군사대응조치를 취하는 한편, 북한당국의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 보장을 확보하되 기존 민간경협은 유지한다.

북한의 군사도발이 있으면 대북3원칙의 '무력도발 불용 (不容)' 에 저촉되므로 정경분리원칙을 제한적용. 그러나 민간경협은 대규모 군사충돌로의 비화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을 고려, 신축적으로 운용한다.

중국.대만은 95~96년 대만해협의 군사긴장에도 불구하고 교류협력을 지속했다.

군사분계선상의 무력시위 및 소규모 테러시 정부차원 지원 중단하되 민간경협은 기업 자율판단에 맡긴다.

이 경우 민간의 대북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별도 규제는 불필요하다.

대규모 무장공비 침투.국지전 등 전면전 확대 우려시 정부.민간 지원을 모두 중단한다.

◇ 정경분리의 개념 = '정경분리' 는 남북간 경제활동이 정치상황논리에 제약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와 북한체제의 특성상 정경분리 원칙은 제한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정경분리는 ①남북의 정치.군사사안과 경제교류.협력을 연계시키지 않고 ②기업의 대북경제활동에 대한 정부규제를 완화해 ③민간주도로 경제원리에 따라 경협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 단계별 적용 = 단기적으로 당국간 합의가 필요없는 사업 중심으로 민간경협을 활성화한다.

중장기적으로 민간.정부가 역할분담을 통해 동시에 경협추진. 공공차관 제공.사회간접시설 확충을 위한 직접투자 등 정부차원 대규모 경협은 북한인권개선 등의 지렛대로 활용. 북측이 선전차원에서 정경분리를 왜곡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대북경협을 인도적차원.순수경제차원.당국차원으로 구분해 추진하고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 지원은 정치성격을 지닌 것으로 정경분리 대상이 아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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