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빛, 그리고 여인들의 나른한 행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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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09면

1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1875~76)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Mus<00E9>e d’Orsay, Paris/The Bridgeman Art Library2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1882) 미국 클라크 미술관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USA

1850년대 카메라가 나온 이후 미술계는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사물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사진과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갔다.
그리고 빛의 변화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인상파의 등장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모네, 피사로, 에드가 드가 등과 함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특히 그는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불린다. “그림이란 사랑스럽고 즐겁고 예쁘고도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본인의 주장대로 그는 삶의 긍정적인 모습에 천착했다. 춤을 추거나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는 풍만한 몸매의 여인들의 표정에서는 나른한 행복감이 번져 나온다. 목욕하는 누드의 여인은 에로틱하지 않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역시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그의 환경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118점으로 유화 작품이 70점이 넘는다. ‘시골 무도회’(1883), ‘그네’(1876),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 ‘광대 복장을 한 코코’(1909) 등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 또 그와 돈독한 우정을 나눴던 후배 화가 알베르 앙드레가 그린 르누아르의 초상과 작업실 그림은 마치 대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특별한 느낌을 준다.

1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1875~76)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Muse d’Orsay, Paris/The Bridgeman Art Library

일명 ‘햇빛 속의 누드’라 불리는 이 작품은 1876년 두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됐다. 당시 비평가들은 “완전히 부패한 시체처럼 녹색과 자주색이 얼룩거리는 변질된 살덩어리”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나뭇잎 사이로 듬성듬성 쏟아지는 햇빛을 표현한 ‘얼룩덜룩함’이야말로 르누아르가 추구한 새로운 스타일이다.

2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1882) 미국 클라크 미술관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USA

이번 전시를 둘러보던 관객들이 시각적 충격을 받는 작품이 이 그림이다. 초록과 빨강의 대비가 두드러진 이 작품은 유난히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최근 복원작업을 마쳤다는 게 미술 관계자의 설명이다. 뒤랑-뤼엘은 르누아르의 그림을 처음 사주고 그와 평생 돈독한 우정을 지녀왔던 화상으로 작품 속 모델은 그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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