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청소년 자매결연…사춘기고민 상담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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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金동혁 (14.전주동중1) 군은 엄마와 단둘이 외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金군에겐 요즘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맛 난다. 예쁘고, 친절한 누나 때문이다.

지난 96년 결연을 맺은 우석대 대학생 宋주희 (22.아동학과4) 씨는 金군에게 더 없이 귀중한 존재다. 金군은 엄마에게 말 못하고 가슴에 담아뒀던 여자친구 문제 등 각종 고민은 물론, 엄마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까지도 털어놓는다.

宋씨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金군이 특히 어려워 하는 수학공부를 봐주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전화를 걸어 어려움을 잃지 말고 꿋꿋이 살도록 격려의 얘기도 들려준다.

金군은 "누나가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을 쪼개 학용품을 사다주기도 하고 식구들 생일엔 잊지 않고 찾아온다" 며 "진짜 누나가 있는 친구들 앞에서도 오히려 자랑을 할 만큼 잘 해준다" 고 말했다.

전북대.우석대 등 대학생들이 결손가정의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초등.중학생들에게 형.오빠 노릇을 톡톡히 해 줘 세상에 밝은 빛을 던지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94년부터 전주시덕진구청의 소개로 모자 (母子)가정의 자녀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어 오고 있다.

金군과 宋씨처럼 1대1로 결연을 한 대학생.청소년은 50여쌍. 대학생들은 한 달에 두 차례씩은 청소년들의 집을 방문,가정이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상담해주며 때로는 '해결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들 대학생 언니.오빠의 도움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만큼 중요하다. 어른들과는 말이 안 통해 늘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이들에게 털어놓으면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상담해준다.

실제 사춘기를 심하게 앓으며 가출한 학생들이 대학생 언니.형들의 설득에 마음을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모범생이 된 경우도 있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대학생과 청소년의 자매결연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앞으로 정기적인 '만남의 장' 행사를 갖는 등 더욱 활성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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