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언더만화 페스티벌]2.애니메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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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최대 고민 - 국내엔 마땅한 발표의 장이 없다는 것이다.

TV나 극장 또는 비디오를 통한 일반적인 유통경로가 전혀 마련돼있지 않다.

오히려 국제적으론 각종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을 통해 알릴 기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언더그라운드 만화페스티발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소중한 자리다.

단편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 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정교한 동작보단 회화적인 특성이 더 강조되므로 뭉뚱그린 그림이 주는 맛이 있다.

리플레이전이나 인디포럼 등 국내 행사를 부지런히 쫓아다닌 사람에게는 상영될 20편 중 낯익은 작품들도 많을 것. 스튜디오 미메시스의 전승일씨가 제1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 특별상 수상작인 '내일 인간' (Tomorrow Human) 을 비롯해 3편을 내놓는다.

'내일 인간' 은 거대신드롬에 사로잡혀 무제한적 자연파괴를 일삼다 부닥치게 되는 가상공간을 그렸다.

전씨의 '사랑해요' 는 98인디포럼 상영작으로 양심수 자녀들이 직접 그린 크레파스 그림을 애니메이션화한 것. 아이들이 그린 꽃들이 눈물흘리는 장면에선 코끝이 찡해진다.

사이사이 한국 현대사의 주요장면들을 삽입했다.

현재 만들고 있는 '국민등록' 은 지난해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정부의 공방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허벅지밴드의 '마담 사드' 가 주제음악으로 흐른다.

역시 실험적인 단편애니메이션을 발표해 온 이성강씨는 '덤불 속의 재' 를 통해 UFO를 목격한 인간이 점점 존재가 소멸되는 망상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페스티발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신일섭씨의 '빨강극장' 은 동시상영관에서 포르노물을 보던 한 남자와 매표소여직원.그녀의 남편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담은 '악동이의 장난' 같은 작품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션팀 디지아트도 5편을 선보인다.

문상호씨가 연출한 '휴식' 은 받으면 끊기고 끊으면 다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잠시도 쉴 수 없는 모습을 그린 재치있는 작품. 이밖에 찌든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도시인의 욕구를 표현한 '도시인' (연출 허병찬) 과 사소한 장난이 걷잡을 수 없는 싸움을 부른다는 '싸움' (연출 이태구) 등이 있다.

이성강씨의 작품 (16분) 을 제외하고는 모두 3~7분 분량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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