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는 아마추어 영화다? 그러나 유수의 국제영화제는 단편부문을 당당한 경쟁부문의 하나로 대접한다.
하지만 국내엔 상영극장이 없어 유통이 안되고 유통이 안되니 재생산이 어렵다. 한국 단편영화의 현주소다.
'단편영화' 를 사랑하는 김진한 감독 (30) 은 그래서 국내에서 눈길을 끌기 어려웠다. 지난 2월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창작상을 받고서야 겨우 주목받기 시작했다.
뒤이어 들려온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은상수상 소식, 그리고 독일 아르떼방송과 호주 등 해외 5개국에 판권을 팔았다는 소식. 또 국내 제1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 영국 배급사 제인 발포아에 의해 세계에 배급되고 있는 그의 영화 '햇빛 자르는 아이' 는 "17분 분량의 단편영화론 완벽한 작품" (프랑스 '포지티브' 지) 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또 독일 아르떼 방송으로부터는 제작지원 제안을 받았다.
1천만을 들여 '몸으로 때워' 찍은 한 편의 단편영화가 받은 '박수' 치곤 대단한 반응인 셈이다.
"단편영화는 시 (詩) 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이 이야기를 보다 함축적으로 전하기 때문에 훨씬 강한 느낌을 전할 수 있지요. " 이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도 표현양식과 영상미가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색깔' 에 대한 그의 관심은 좀 남다르다.
"내가 선택한 것은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심성을 '보여주는' 것" 이라는 그는 "빛과 색깔로 이야기하는, 좋은 '스타일리스트' 가 되고 싶다" 고 했다.
이력을 들춰보니 홍대 미대를 '가난' 때문에 중도하차했다.
대신 '현장' 에서 일했다.
'그대안의 블루' 조감독, '런어웨이' 미술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일한 것. 94년, 콤플렉스와 성의식의 고민을 담아 만든 그의 첫 단편 '경멸' 은 이탈리아 몬테카티니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새로 찍을 단편은 한 가족의 이사와 할머니의 죽음을 소재로 한 10분짜리 단편 '장농' .세작품 모두 가족과 소외의 문제를 함께 다룬 것이 특징이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수상으로 배급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수확" 이라는 그는 "물론 장편 제작도 꿈꾸고 있다" 고 했다.
그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에밀레종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SF영화. 뜻을 함께 한 친구들과 꾸린 영화제작방 '천지인' 을 통해 이 꿈을 펼칠 생각이라고 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