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칼 프레체저 감독 '블루 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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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파도가 덮치는 꿈을 꾸고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면, 그것은 서른이 되었다는 거야. " 예전엔 목숨을 걸고 '집채만한' 파도를 탔던 서퍼도 나이가 들면 '파도' 가 두려워지는 법이다.

영국 채널4 (Channel4) 가 제작한 영화 '블루 주스' 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과 일상탈출의 욕구 사이의 긴장을 '바다' 를 소재로 그려냈다. 작은 바닷가 마을 콘월의 전설적인 서퍼 제이시 (숀 퍼트위)에게 세명의 말썽꾸러기 친구들이 런던에서 찾아온다.

친구들은 제이시에게 '무덤파도' 라는 거대한 파도를 같이 타자고 조르지만 제이시의 연인은 안정적인 생활을 갈구한다.

4명의 젊은 남자들의 좌충우돌은 도전과 안정, 우정과 사랑, 자기 정체성의 질문 등을 소박하게 던지고 있다.

"두려움 없는 한 번의 인생" (One life without fear) 이라는 제이시의 말은 평범한 삶에 젖어든 30대에게는 가슴아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큰 반전은 없지만, 거대한 산처럼 솟았다가 휘말리는 파도와 서퍼들의 역동적인 모습은 '서핑영화'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몫이다.

이완 맥그리거가 조연으로 나와 실없고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눈에 띈다.

영국의 신예 칼 프레체저 감독. 20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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