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먼나라 이웃나라' 17년 여행 끝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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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헛된 환상은 물론 이유 없는 혐오에서도 벗어나 미국을 정확하게 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어른들이 더 감명받는 만화'인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59)교수(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가 최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미국편'을 펴냈다.

시리즈 10권과 11권으로 각각 미국인과 미국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 연말에 미국의 대통령을 다룬 12권이 출간되면 지구촌을 만화로 표현하는 17년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1981년 한 어린이신문에 실리기 시작해 87년 처음 책으로 나온 이 시리즈는 유럽편에 이어 2001년 일본편 두권이 추가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1000만부 이상 팔렸다. 한국인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성인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킨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75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다른 나라를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으며, 그때 만화로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독일 뮌스터대 디자인학부에서 디플롬 디자이너 학위를 받고 84년 귀국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자국민 일등경제' '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여행' 등 다양한 만화책을 냈다.

그는 "처음에는 책 내용보다 대학 교수가 만화를 그린다는 점에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해외여행이 본격화하면서 '먼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유럽에서는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일본이나 미국 경험은 별로 없어 책을 내며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 교수는 "미국편은 99년부터 약 2년간 교환교수로 미국 UC 어바인에 머물렀던 경험과 미국 역사책, 그리고 그동안 모아온 미국에 관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사를 만화로 그리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일생의 마지막 작업으로는 세계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구의 관점에서 쓴 세계사 대신 아프리카사.남아메리카사 등으로 각 대륙의 관점에서 본 역사를 펼쳐보겠다"는 것이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먼대륙 이웃대륙'으로의 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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