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00회 맞은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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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300회를 맞는다.

1998년 5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순간포착…'은 'VJ 특공대'(KBS1)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등 VJ(비디오 저널리스트) 프로그램의 원조격. 6명의 VJ가 6㎜ 카메라로 화제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임성훈.박소현이 첫 방송부터 줄곧 마이크를 잡고 있으며 평균 시청률 15%선을 유지, 저녁 7시대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100%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만드는 '순간포착…'에는 그동안 4만6177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이 중 돼지고기 32인분을 먹는 대식가, 유리를 먹는 사나이, 34년간 시계를 모은 수집광 등 1200여개의 사연이 방송을 탔다. 시청자를 울리는 감동적인 사연도 주된 소재가 됐다.

특히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가 두살배기 시각장애 아들을 혼자 키우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은 '시각장애인 아빠의 육아일기'(2002년 방송)는 방송 하루 만에 2000여만원의 성금이 모일 정도로 반향이 컸다. 방송 후 아들은 개안수술을 받아 시력을 찾았다.

또 98년 방송된 '누렁이 구조작전'은 버려진 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목에 줄이 감긴 채 떠돌아 다니는 개를 구하기 위해 119구조대 등 200여명이 투입됐으며, 제작진은 20일 동안 잠복 촬영 끝에 이를 방송할 수 있었다.

22일 오후 6시50분 방송되는 300회 특집에서는 그동안 방송된 내용 중 하이라이트를 모아 보여준다. 방송 주인공들의 현재 삶도 다시 화면에 담았다.

또 6년2개월 동안 똑같은 포맷의 방송을 진행하면서 점점 그 '신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도 특집으로 꾸몄다. 예를 들어 방송 초기에는 '두발로 걷는 개' 정도면 충분히 화젯거리가 됐지만 이제는 '앞구르기 하는 개'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말하는 앵무새를 보고 대단하다고 탄성을 내지른 것도 이제 옛 이야기다. 노래를 부르는 앵무새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순간포착…'과 함께 동물들도 진화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더 신기한 내용을 찾아 방송이 괴기스럽게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300회 이후의 과제일 듯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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