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원高 기현상 사라지나…1달러=1400원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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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엔화 폭락의 충격이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엔저 충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4백원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안정세는 장기간 유지될 수 없는 '기현상' 이었다는 것이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90년 1~7월, 95년 8월~97년 4월 등 두차례에 걸쳐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 원화도 동반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 기간중 엔화가치는 월평균 1.76% 절하됐는데, 원화가치도 월평균 0.79% 떨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공급물량 우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의 외화예금이 1백억달러를 돌파한데다 외환보유고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공급물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달러당 1천4백원을 기준으로 이 선을 넘어서면 곧바로 매도세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을 형성하던 달러당 1천4백원대가 돌파된 이상 환율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화 환율이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시장의 합의가 이뤄진 이상 달러 매도세력이 위축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단기적으로 달러당 1천5백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고 내다봤다.

원화 환율의 향후 추이를 예상할 수 있는 지표인 역외선물환시장 (NDF)에서의 원화 환율도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5월초만해도 달러당 1천4백30원선에 머무르던 원화 환율 (3개월물 기준) 이 15일 달러당 1천5백80원, 올 연말 전망치라 할 수 있는 6개월물은 1천6백75원으로 뛰어올랐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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