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식생활 교육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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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립 산야(三谷) 소학교 5학년 60명은 모내기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학교 건물 뒤 공터의 논에서다. 가로 3m, 세로 4m 크기의 작은 논이 10개 있다. 아이들은 양동이에 기른 모를 가져다 조심스레 논에 심었다. 양동이에 볍씨를 심는 아이도 있다.

모리 다이키(11)는 “모를 직접 심어 보니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쌀이 식탁에 오르는지를 실감했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학년 때 당근 재배법에서 시작해 학년이 올라가면서 토마토 재배법과 케첩 만들기, 도시락 만들기, 잔반 줄이기, 곡물 재배법 등을 가르친다. 매년 학부모가 참가하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인 ‘오야코 요리교실’을 연다.

2005년 시작한 식생활 교육 덕분에 채소나 과일 섭취가 늘고 편식이 줄었다. 2006년 6학년의 아침 결식률이 15%였으나 지금은 제로다. 학부모 이토 미치요(44·여)는 “카레·햄버거 등을 주로 먹던 아이들이 식생활 교육을 받고 난 뒤에는 생선이나 미소국을 잘 먹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밥상머리 교육, 즉 식생활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증하는 비만과 고혈압·당뇨병 등의 생활습관병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은 2005년 식육(食育)기본법을 제정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양 교육을 시작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잘못된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체험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별로 관심이 없다. 초등학교 1~4학년은 학교에서 식생활 교육을 받지 않는다. 5, 6학년 때 실과 시간에 연간 10시간 배운다. 대부분의 학교에 조리실습실이 없어 실습을 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1학년 때부터 연 20~25시간을 배운다. 조리실습실이 없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07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6%, 중·고생은 48.5%가 부모와 식사를 하지 않는다. 부모가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등학생 아침식사 결식률은 11.4%(일본은 3.5%)에 달한다. 식탁 교육이 잘 안 돼 7~12세 아동의 비만율이 97년 4.2%에서 2005년 8.6%로 두 배가 됐다. 반면 일본은 8세 아동의 비만율이 97년 7.4%에서 2007년 7.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12세는 10.2%에서 10.8%로 약간 올랐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비만인 어린이의 40%가 어른이 돼서도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식생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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