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김준규 고검장 “새 총장 위해 용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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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권재진(56·사법시험 20회) 서울고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천성관(51) 검찰총장 후보자의 2년 선배인 권 고검장은 “새 총장이 마음 편하도록 (사직하기로) 결정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김준규(54·21회) 대전고검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검찰이 어려울 때 그만둬 미안하지만 새 총장과 후배들이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른 고검장들도 이날 용퇴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권·김 두 고검장의 사직을 보류시켰다. 법무부는 “장관이 고검장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총장 취임 때까지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은 “(고검장들의 사퇴가) 조직과 후배를 위한 용기 있는 결단임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조직의 안정을 위해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 줄 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고위 간부들의 대거 사퇴는 천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때까지 유보될 전망이다. 천 후보자는 선배와 동기의 거취 문제에 대해 “그분들대로의 철학이 있고, 검찰 조직을 워낙 사랑하니까 거기에 맞춰 결론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례대로 선배들은 모두 사퇴하겠지만 동기 중 일부는 잔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 정상명 총장이 임명됐을 때는 신임 총장의 요청에 따라 동기인 안대희·이종백·임승관 고검장이 자리를 지켰다. 정 당시 총장은 동기 중 가장 연장자였다. 하지만 천 후보자는 동기 중 나이가 적은 쪽에 속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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