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비만 퇴치, 프랑스는 미각 형성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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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비만율이 높다. 그렇다 보니 일찍부터 밥상머리 교육에 눈을 떴다. 맞벌이 부부 증가 등의 사회적 요인 때문에 가정에서 식탁 교육이 힘들어지면서 학교가 그 역할을 맡은 데가 많다. 민간 부문의 참여도 활발하다. 식생활 교육은 영양 교육뿐만 아니라 미각 훈련, 자국 음식 중요성 인식, 식사 예법을 포함한다.

일본에선 식생활 교육을 식육(食育)이라 한다. 2005년엔 식육 기본법을 제정했다. 내각부를 중심으로 지자체까지 식생활 교육에 열중한다. 식생활 교육을 통해 영양 교육은 물론 내 고향 음식 즐겨 먹기 운동을 벌인다. 도쿄도 무사시노시(市)는 초·중학생이 농촌 체험을 하는 ‘세컨드 스쿨’을 15년째 운영 중이다. 농촌에 다녀온 뒤엔 독후감, 그림 그리기, 토론회를 통해 경험을 서로 나눈다. 방문 지역에서 가져온 향신료와 수퍼마켓에서 구입한 인공조미료로 음식을 만든 뒤 비교한다.

미국은 3명 중 2명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다. 농무부(USDA)와 보건부(DHHS)는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2005년 1월 6차 개정)을 마련했다. USDA의 지원을 받아 민간 주도로 실시되는 ‘교실 농업(Agriculture in Classroom)’ 운동이 활발하다. 여기선 식품 피라미드를 이용한 영양교육과 식사예절을 가르친다. 학교 내 텃밭에서 밀 등의 농작물을 기른다.

DHHS는 ‘국민건강(Health people) 2010’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까지 초·중·고교에서 영양교육 실천율을 95%(1994년 8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91년부터 하루에 5접시의 채소·과일 섭취를 장려하는 ‘Five a day’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립암센터, 건강증진 청과재단, 민간기업인 돌 사(社)가 참여하고 있다. 교육 후 3년 만에 채소·과일 소비량이 각각 15%·17% 증가했다.

프랑스인은 전통적으로 미각·미식을 중시한다. 식생활 교육의 중심을 어린이 미각 형성에 맞추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각을 발달시켜 풍부한 감성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매년 10월 둘째 주를 ‘프랑스 미각 주간’으로 정했다. 이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각조리교실, 요리 경연대회(지역이나 전국 단위), 미각과 식사에 대한 토론회 등이 열린다. 그린 투어리즘과 교육 농장 제도도 식생활 교육 중 하나다. 가족 단위로 농촌을 방문해 농업을 체험하고 그 지역 요리를 맛보는 것이다.

영국은 홀 차일드(The whole child)라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정부·교육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어린이의 영양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도쿄·워싱턴=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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