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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백날해도 취업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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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같은 경우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흔한 일이 됐다. 최근의 공모전은 인턴십 기회 제공이나 공채전형에서 서류 전형 면제 또는 가산점 기회가 일반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회를 잘 포착하여 단순히 취업 5종 세트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취업으로까지 잘 연계해 나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이다. 이런 금상첨화의 주인공이 되어보고자 실제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모전에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전에 아무리 도전하고, 입상해도 정작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모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태로 접근을 하고 있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취업과 잘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공모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주요 문답을 구성해봤다.

Q. 공모전은 취업을 시켜준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공모전은 취업을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 마치 공모전 입상이 취업의 꿈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부터 문제이다. 그러면 실제로 공모전으로 취업을 하는 것은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 일일까? 공모전은 특전에 따라 경쟁률이 천차만별이지만 요즘은 공모전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점차 경쟁률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경쟁률은 외부에 잘 공개가 되지는 않지만 결국은 취업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Q. 무조건 유명 공모전만 도전해야 한다?

- 역시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에서 몇 년 배운 지식으로 기업에서 수많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할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모전에 처음 도전하는 학생들은 처음부터 유명하고 많은 혜택을 주는 공모전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 작은 공모전에 도전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공모전에 석사나 박사들이 참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노리기보다는 단순히 입상만 하더라도 공모전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어느 정도 쌓은 다음 차근차근 높은 곳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인데 많은 학생들이 이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하겠다.

Q. 일단 많이 입상해야 한다?

- 잘못된 생각이다. 무조건 공모전에 많이 입상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 만약 당신이 마케팅 관련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는데 컴퓨터 개발 관련 회사에서 면접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곳의 인사담당자는 공모전 경력에 대해 전혀 가산점을 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전공이나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 공모전을 중심으로 도전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모전을 위해서 투자한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Q. 다른 전공 친구들하고 공모전 해도 될까?

- 그렇다. 다른 전공을 가진 이들과 공모전을 하는 것은 적극 추천할 만하다. 보통 공모전을 준비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모전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은 주로 같은 과 친구나 선후배랑 팀을 이루어 도전을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면 자신의 같은 과 친구나 선후배도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공부해온 것이 비슷비슷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비슷한 이들이 팀을 이루어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생각하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결국 일정한 틀에 박힌 이상의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면 어떨까? 각 학문의 전공한 이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빅뱅이 일어나는 것이다.

Q. 공모전에서는 '제목'이 중요하다?

- 그렇다.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업에서 서류 심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는 대부분 1명이고 기껏해야 몇 명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평소에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다가 남는 시간에 공모전 서류 심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모전 심사를 하는 데에 주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들은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모두 훑어보지 못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그렇다면 공모전 지원서의 첫 페이지가 그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모전 지원서의 제목이 또는 목차가 심사위원의 주목을 끌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 하는 것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다.

Q. 내용만 좋으면 입상은 따 놓은 당상이다?

- 잘못된 판단이다. 공모전에 도전함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주최 측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선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업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회사의 대표는 누구인지, 성향은 어떠한지를 말이다. 그것이 파악되면 이 공모전을 왜 주최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그 기업의 특정 상품의 홍보를 위한 것이지 아니면 그 기업의 이미지를 재고하려는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것에 따라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기획서를 작성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의 전공 분야나 진로와 관련이 있는 공모전에 적극 도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꼭 입상을 못했다 하더라도 도전했던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것을 아이디어를 도출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공모전 경력자들을 열정과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전은 분명 취업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유리하게만 하는 것을 넘어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구직자 개개인의 몫인 것이다.

유상일 칼럼니스트 sky_fun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