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직접 취재·보도’ 외국선 거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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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MBC ‘PD수첩’처럼 PD가 직접 취재·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뉴스 취재와 보도는 기자가 맡고, PD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리·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게 보통이다.

일본에선 시사 고발성의 조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 때 PD들이 보도국과 상의해 타당성을 검증받은 뒤 방송을 한다. 확실한 증거와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N방송사 PD는 “간단한 사안이라면 PD들이 최종 결정해 보도하지만, 민감한 보도의 경우 제작 과정에 기자를 참여시키거나 보도국과 반드시 협의한다”고 말했다. 또 T방송사의 PD도 “PD들이 조사보도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총괄 책임자의 승인을 거치고 필요하면 보도국과 상의한다”고 강조했다.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보도국이 직접 제작을 담당한다. NHK ‘클로즈업 현대’, TBS ‘뉴스23’, 아사히TV ‘보도스테이션’, 니혼(日本)TV ‘뉴스 ZERO’ 등이 대표적이다. 정통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기자가 아닌 리포터들이 현장 취재를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보도국 데스크의 감독 아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다.

홍콩의 경우 PD가 제작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많지만 진행은 모두 외부 논객이나 앵커가 맡고 있다. 2002년 중국 최고 TV 프로그램상을 받은 봉황TV의 중국 사회·문화·시사 프로그램 ‘패션 온 차이나’도 마찬가지다. 진행은 중화권의 대표 논객인 타이거 후가 하지만 취재 내용은 모두 기자나 관련 프리랜서들이 맡고 있다. 홍콩 최고 민영TV인 TVB 외사부(대외홍보부)의 위니호(何蕙鏛)) 수석매니저는 “PD와 기자는 채용할 때부터 역할과 의무가 분명히 구분돼 있다. 시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PD가 제작·감독하지만 PD 자신이 현장에서 취재나 분석을 하는 것은 기능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한다. 아사히TV는 1999년 2월 ‘뉴스 스테이션’에서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所澤)시에서 재배된 시금치 등 채소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보로 밝혀지자 진상 조사 후 2004년 3월 이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올해 3월 니혼TV에서는 허위 증언을 토대로 방송한 사실이 드러나자 구보 신타로 사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는 “오보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지기로 했다. 사태의 중대성을 전 사원에게 인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보도국장이 경질되고 담당 프로듀서와 데스크도 근신 처분을 받았다.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인 미국 CBS의 ‘60분’의 사례도 비슷하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의혹 관련 보도가 오보로 판명되자, CBS는 외부 언론인들에게 진상 조사를 맡겼다. 조사 결과가 나오자 선임 부사장과 책임 PD, 부책임 PD 등 4명을 해임했다.

홍콩·도쿄=최형규·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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