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비아의 교훈 맘속에 새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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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 중인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과 만나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방한 중인 존 볼턴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20일 외교통상부 청사를 찾았다. 두툼한 콧수염이 인상적인 볼턴 차관은 이날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이수혁 차관보를 잇따라 만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북핵 협상, 주한미군 감축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관심은 단연 볼턴 차관의 입에 쏠렸다. 그는 평소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 대해 비난 발언을 서슴지 않아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지난해 7월 방한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을 30여차례나 "독재자"라고 지칭한 뒤 "북한은 독재자에 의해 지배되는 지옥"이라고 주장해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대북 강성 기조는 이날도 계속됐다. 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량살상무기 폐기에서 리비아의 교훈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며 "북핵 6자회담에서 한.미 공조가 큰 힘을 발휘했던 것처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위해서도 양국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언 도중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리비아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북한이 즉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말하는 PSI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자 어리석은 술책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볼턴 차관의 방한을 애써 무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PSI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며 그야말로 실무 차원에서 방문한 것일 뿐"이라며 "북핵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자리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볼턴 차관은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 계획에서 돌연 중국 방문을 취소하고 곧바로 한국으로 올 정도로 한국 방문에 큰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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