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수출효자'로 다시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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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조선업이 한가닥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은 내림세로 돌아선 가운데서도 선박 수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춤하던 수주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조선공업협회 최연호 부장은 "연초 조선경기가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상황이 반전됐다" 면서 "올해는 조선업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산업' 으로 재부상할 것" 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선박 수주에서 한국이 올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덕에 인력감축.임금삭감 등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업종과 달리 조선업은 '구조조정 무풍지대' 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아데나워재단 프란츠 브룬후버 한국대표는 최근 개최된 'IMF 관리체제의 중간평가' 란 토론회에서 "조선산업은 한국의 경제회복에 힘이 될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 외국 선사가 국내 금융기관의 보증을 불신하는 등의 이유로 올 1월의 경우 단 한척의 수주도 없던 조선 수주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 4월에는 20척 1백20만t을 수주하면서 15척 75만t을 수주한 일본을 앞질렀다.

5월중 수주도 1백30만t에 달해 일본을 크게 웃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 수주가 몰리는 것은 국내 금융의 신용이 다소 회복되고 한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이 이미 많이 수주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일부 기자재의 아웃소싱 (외부조달) 실패, 숙련공의 노령화 등에 따른 잦은 납기지연으로 고전하고 있다" 며 "올해는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고 예상했다.

◇수출도 잘되고 채산성도 맞는다 =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5월20일까지의 선박 수출은 20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2.5%가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7.8% 성장에 그쳤는가 하면 자동차 수출이 마이너스 2.2%를 기록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여기에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발생하자 현대.대우.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50~80%까지 크게 늘려 잡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상승 덕에 가격을 10%정도 깎아줘도 장사가 된다" 고 말했다.

◇구조조정 무풍지대 = 조선 3사의 조업률은 계속 1백%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원.감봉은 물론 파업도 없다.계열사인 현대자동차 등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백명에 이어 올해도 신입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장사가 잘되니 노사관계도 원만하다. 현대 노사는 지난달 공동으로 일본 선사들을 방문, 마케팅 활동을 벌였고 대우 노조도 매년 통과되는 파업결의에도 불구하고 91년 이후 실제 파업에 들어간 적은 한번도 없다.

대우중공업 조선영업담당 이인성 상무는 "환급보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선박 수주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불안요소" 라면서도 "그러나 생산성 향상.원화약세 등의 덕으로 조선업 활황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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