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교수 '은퇴선언'…하버드대 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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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초여름비가 하염없이 추적대는 3일 오후2시. 서울종로구동숭동 도올한의원에 한약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 원장이자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金容沃.50) 교수가 이날 돌연 은퇴선언을 했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사회를 흔들었던 그인지라 한의원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나가던 서울대.중앙대.용인대 강의도 모두 그만두고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며 "대 (大) 학설을 정립하기 위해 미국으로 연구유학을 떠나겠다" 는 것은 일대 사건이다. 단순히 현실에 염증을 느껴 미국행을 결정한 게 아니다.

남들은 휴식을 즐길 나이에 자신의 진정한 '인생의 길' 이자 마지막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떠난다는 것이다.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86년 4월 양심선언으로 교단을 떠난 후 철학서에서 시나리오까지 무려 20여권의 저서로 이 사회에 화제를 뿌린 그가 어느날 갑자기 원광대 한의학과에 입학해 한의사가 돼 주위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학문세계의 총결산을 위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생물학교실 연구교수로 4년간의 연구유학의 길에 오른다고 한다.

金교수는 "그동안 연구와 교육을 일치시킬 수 없었다" 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학자는 오로지 학문의 실력으로 승부가 나고 그것을 입증하는 저작을 통해 인류사의 평가를 받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金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그의 일생의 목표인 '몸의 원리' 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학문체계는 그의 유일한 스승인 권도원 (權度원.77) 옹이 체득한 것으로 침의 원리와 사상의학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생물학' 이다. 金교수는 스승의 이론에 자신의 철학이론을 접목시켜 완벽한 '몸' 의 학문 틀을 정립시키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그는 "단순히 흥미로운 대체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의학사의 대전환을 마련할 완벽한 학설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 라고 밝혔다. 오는 5일 사전답사를 위해 미국에 다녀온 뒤 이달말까지만 한의원을 운영하고 강의는 이번 학기로 모두 마치며 8월4일 미국으로 떠난다. 金교수는 다만 젊은이들을 위한 한학고전 교육기관인 도올서원의 강의는 매년 1월.7월 계속한다고 밝혔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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