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소형 아파트 거래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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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계속 떨어지기만 하던 아파트 값이 최근들어 다소 안정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적체됐던 급매물이 많이 팔렸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도 살아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값싸고 좋은 위치의 매물을 구해달라는 대기수요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집값 하락을 부추겼던 급매물 공급이 많이 줄었으며 일반 주택들도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전보다 30~40%정도 떨어진 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택 값이 거의 바닥에 다달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조건이 좋은 급매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는가 하면 신혼부부등을 중심으로 한 20평형대 매입수요도 많아졌다. 그러나 50평형대 이상 대형 아파트의 매기는 여전히 싸늘하고 신규주택이나 미분양 아파트는 최근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 기존 주택시장 =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목동 신가지의 경우 지난달부터 급매물 거래가 살아나면서 시세보다 10% 이상 싸다고 판단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소진됐다. 목동 8단지 한솔공인 나영표사장은 "올해 초부터 좀 싸게라도 빨리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대량 쏟아져나왔으나 4월 이후 이런 급매물 공급이 주춤해지면서 기존 매물의 거래도 간혹 성사되기 시작했다" 며 "지하철역 주변의 경우 좋은 물건이 나오면 잡아달라는 4~5명의 대기수요까지 있다" 고 말했다.

강남일대 아파트들도 급매물은 물론 중소형의 아파트 거래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으며 상계동도 요즘들어 집을 구하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일단 멈췄다. 분당.일산 신도시도 급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투자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싼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IMF 이후 계속 하락하던 아파트 값도 근래들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 신규 분양시장 = 최근 당정 (黨政)에서 5월22일 이후부터 내년 6월말까지 전용면적 25.7평이하 신규주택을 매입해 5년내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완전 면제해주고 취득세.등록세도 대폭 낮춰준다는 내용의 주택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으나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번 부양책에 기대를 걸었던 서울을 비롯한 용인.파주.김포 등지의 미분양 아파트 판매시장에도 별 영향이 없다.

동문주택의 경재용회장은 "정부가 처음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법이 개정되면 시행하겠다고 밝혀 찾아오던 손님들마저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나서 부양책이 되레 역효과를 낳고 있다" 며 "업체지원도 좋지만 수요들의 구매력을 키울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 향후 전망 = 서울등 투자성이 높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 거래는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값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금리가 대폭 내리고 경제가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크게 기대할 게 못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변두리지역이나 지방의 경우 수요한계로 한동안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분양시장 불황으로 주택 신규공급 물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집이 모자라 집값이 폭등할 소지가 많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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