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중앙의 주도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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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2국> ○·이세돌 9단 ●·쿵제 7단

제14보(95~105)=행마를 논한다면 이세돌 9단이야말로 최고의 연구 대상일 것이다. 과거 일본의 다카가와(高川格) 9단은 중앙으로 한 칸씩 뛰는 평범한 행마로 본인방을 9연패했고 이 같은 그의 바둑은 평명류(平明流)라 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 이세돌 바둑엔 이 같은 무덤덤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특히 좁은 곳에서 돌들이 부닥칠 때 미세한 기미를 섬광처럼 포착해 내는 솜씨는 가위 당대 제일이라 할 수 있다.

전보의 백△만 해도 가볍고 날카로운 수. 실리를 약간 내주더라도 벽을 두텁게 하여 이곳 백 대마가 중앙쪽 뒷맛과 연계되는 것을 막아냈다. 103이 오면 104는 절대의 수비. 깜박 한눈을 팔았다가는 ‘참고도1’ 흑1을 당해 노림수에 걸려든다. 흑7에 이르러 A로 막으면 B로 끊고 C로 몰아 축이다. 바둑은 어느덧 중앙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초점이 됐다. 흑도 ‘공격 중’이긴 하지만 동시에 엷다. 쿵제 7단도 그걸 알고 전력을 기울여 중앙의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103이나 105는 ‘참고도2’ 흑1로 찌르는 수를 반드시 선수해 둬야 했다. 쿵제는 언제라도 선수인데 서두를 필요가 있으랴 싶었겠지만 이세돌의 예리한 행마는 그런 조그만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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