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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마저 감미롭다’ 광고 대박 … 시장 점유율 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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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64년 일본 롯데는 전통 명가 모리나가(森永)와 메이지(明治)가 양분하고 있던 초콜릿 시장에 아프리카산 가나 카카오콩을 쓴 고급 초콜릿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이를 국내에서도 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초콜릿은 서구에선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정교한 기술과 설비가 필요해 ‘과자산업의 중공업’ ‘미각의 예술품’으로 불렸다. 하지만 70년대 국내 업체들은 반가공 카카오를 수입해 녹여서 모양을 만들어 출시하는 수준이었다. 신 회장은 “최고급 초콜릿을 만들려면 기본부터 해야 한다”며 카카오콩을 들여와 로스팅(볶는 작업)하고 껍질을 벗겨 원료부터 만들라고 했다. 이미 일본 롯데가 그렇게 하고 있어 그 노하우를 들여오면 될 것이라고 봤다.

74년 서울 양평동에 일본 롯데로부터 약 2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초콜릿 제조설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하는 현지화 작업이 난관이었다. 야생의 카카오 맛이 살짝 느껴지는 일본 초콜릿에 비해 한국 초콜릿은 더 부드러운 맛을 목표로 했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가 들었지만 제조 과정은 거의 수공업 형태였다. 쓰디쓴 카카오 반죽을 계속 맛보다 보니 연구팀들은 입 안이 아려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과정 끝에 “가나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는 광고 카피로 널리 알려진 가나 초콜릿이 75년 국내에 출시됐다. 현존하는 국내 초콜릿 제품 중 최장수다. 수입 초콜릿을 포함해 시장점유율 40%로 1위다. 지금까지 카카오콩을 들여와 국내에서 처음부터 만드는 초콜릿은 가나가 유일하다.

가나 초콜릿 이름은 아프리카 가나산 콩을 쓴다는 데서 땄다. 롯데 이만종 중국연구소장은 “최고급 맛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t당 다른 카카오콩보다 100달러 이상 비싼 1600달러였던 가나 콩을 썼다”고 회고했다.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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