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불어라~ 토종 애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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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의 주인공. 눈썹 없는 얼굴과 귀고리가 특징이다.

▶ ‘망치’의 주인공 소년은 늘 긴 줄이 달린 망치를 들고 다닌다.

고급 국산 만화영화 두 편이 곧 여름방학 극장가에 선보인다.

하나는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등 해외 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해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국내 정상급 만화작가 허영만씨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았다.

미국 애니메이션 '슈렉 2'와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주요 스크린을 점령하다시피한 가운데 두 토종 작품이 어린이 관객의 눈길을 어느 정도 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3차원 입체 처리 눈길

둘 중에서 먼저 개봉(24일)하는 작품은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 동우애니메이션㈜에서 5년 동안 5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고 밝힌 대작이다.

전체 장면을 3차원 입체로 처리하고 드라마 '용의 눈물' 의 주제가를 작곡했던 김동성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시나리오 초안은 '포켓 몬스터'의 작가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가, 최종 대본은 월트디즈니사의 '알라딘'을 각색한 듀에인 카피지 등이 썼다. 총감독은 '헤라클레스' 등의 원화를 그렸던 송근식씨며, 예술감독은 연극인 윤석화씨다. 게다가 연예인 조정린씨 등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해외 애니메이션에 비교해 손색없는 작품을 만들겠다며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또 다른 국산 애니메이션 기대주는 다음달 6일 상영을 시작하는 '망치'. 캐릭터플랜㈜이 허영만씨가 만화잡지 '점프'에 연재했던 인기 만화의 캐릭터와 줄거리를 이어받았다. 제작에 4년이 걸렸고, 총비용은 27억원가량이 들었다.

*** 프랑스 '안시 영화제' 초청

지난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션페스티벌'(SICAF)개막작으로, 올해 '뉴욕국제어린이영화페스티벌'과 프랑스의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미 미국.영국.프랑스 등 10개국에 저작권을 팔아 100만달러(약 1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두 작품은 모두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관객으로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구성은 크게 다르다.

'…마테오'는 말썽꾸러기에 욕심꾸러기지만 마음씨만은 순진해서 미워할 수 없는 해적 돼지들의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환경 파괴로 하늘에 떠다니며 살 수밖에 없게 된 돼지 마을의 해적 마테오 일당이 인질로 잡은 클레오 공주를 따라 보물을 찾는 모험을 하다 무서운 늑대 해적 군단과 맞서 싸운다.

'망치'는 대륙이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에 바다 한 가운데 솟아 있는 마을의 소년 '망치'가 '제미우스국'의 공주를 도와 전세계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가진 '뭉크'와의 대결을 펼치는 내용. 소년과 공주의 교감을 서정적으로 그린 것이 특징이다.

두 작품이 이렇듯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환경 문제를 살짝 다루면서 '정의의 용사가 악당을 물리친다'는 고전적인 줄거리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공주와 그 공주를 위해 용기를 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똑같다.

*** 악당과의 대결 닮은 꼴

두 작품 모두 서양 애니메이션과 판타지 영화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 맞서 흥행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도 '한 배'를 탄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여름에는 100억원을 투자한 대작 '원더풀 데이즈'와 '오세암' '엘리시움' 등의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해외작에 밀려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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