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비아' 프랑스 증시 '좁은 문'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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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조립 중소업체인 네오비아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프랑스 증권시장에 상장된다. 프랑스 현지에서 LCD(액정화면)와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를 조립생산하는 네오비아는 유럽 3대 증시 중 하나인 유로넥스트의 파리 2부시장에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상장에 앞서 실시된 주식공모에서 주당 16.46유로를 기록, 액면가(0.2유로)의 80배가 넘었다.

현재 프랑스 LCD TV 시장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은 10%다. 필립스.삼성.샤프.소니에 이은 5위 규모다.

이 업체는 두해 전인 2002년 자본금 8000유로(약 1125만원)로 출발했다. 그런데 지난해 2600만유로(약 3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8500만유로(약 1195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창업주이자 이 회사 주식의 52%를 보유한 임승준(37)사장의 '프렌치 드림'은 2002년 9월에 시작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년간 중학교 체육교사로 일하다 그만둔 뒤 프랑스 어학연수를 다녀온 게 인연이 됐다. 그는 LG전자에 입사, 96년부터 프랑스 주재원으로 4년간 일했다. 프랑스인 아내의 권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현지에 눌러앉았다. 그는 2002년 9월 회사를 직접 차려 완제품 TV를 수입해 팔았다. 임 사장은 이후 LCD와 PDP TV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 '네오비아'라는 독자 브랜드로 제품을 내놨다. 그는 '무모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지난해 프랑스의 디지털 T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큰 돈을 벌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투자도 이 회사의 가능성에 주목, 100만유로를 투자해 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네오비아는 직원이 15명이다. LCD와 PDP의 주요 부품을 한국.대만.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 현지 하청공장에서 조립하는, 이른바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이다. 네오비아에서 하는 일은 품질관리와 마케팅뿐이다.

이런 전략 때문에 큰 투자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임 사장의 설명이다.

임 사장은 "과거에는 TV가 진공관 기술에 달려 있었으나, LCD나 PDP TV는 조립이 간단해져 마케팅이 더 중요해진 것도 우리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 사장은 프랑스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을 영입해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전자제품전문점인 프낙.콩포라마.불랑제를 비롯해 하이퍼마켓인 오샹 등을 판매처로 뚫을 수 있었다.현재 네오비아는 중고가 브랜드인 '네오비아'와 저가 브랜드인 '슬라이딩' 2개가 있다. 임 사장은 "한국 대기업도 들어오기 어려운 서유럽 시장을 중소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성공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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