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2군 가” … “교체” 김성근 야구엔 아량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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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SK는 14일 서울 잠실구장 LG전을 앞두고 2군 투수 엄정욱을 1군에 등록시켰다. 김성근 SK 감독이 대신 2군으로 내려보낸 선수는 의외였다. 바로 4번 타자 이호준(33)이었다. ‘관용 없는’ 김성근 야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호준의 올해 성적은 타율 3할8리에 10홈런·34타점. 최근 10경기 타율도 3할2푼3리로 준수하다. ‘찬스에 약하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득점권 타율도 3할9리로 높은 편이다. 6월에 친 10안타 가운데 5개가 1점 차 이내에서 나온 ‘클러치 히팅’이었다.

이호준은 지난해 독일에서 수술받은 왼쪽 무릎의 통증이 최근 심해졌다. 하지만 경기에 뛰지 못할 상태는 아니다. 김 감독도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겨 애꿎은 이호준이 2군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1군에 남겨 둘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보통 감독이라면 몸이 안 좋은 중심 타자를 벤치에서 쉬게 할망정 2군으로 내려보내진 않는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선수 기용은 냉정하다.

이호준뿐만이 아니다. 팀내 리딩히터(타율 0.350)인 정근우는 14일 LG전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1점 차 뒤진 8회 초 1사 2루에서 대타 박재홍으로 교체됐다. 김 감독은 3일 롯데전에서 1점 차로 앞선 7회에 이호준을 대타 정상호로 바꾼 적도 있다. 김 감독은 당시 “이호준은 상처를 받았겠지만 정상호가 기회를 얻었다. 이호준이 자극을 받아 분발한다면 두 선수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주전급 선수들에게도 ‘무한 경쟁’을 각인시키는 것이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이를 악물고 뛸 수밖에 없다. SK가 2007~2008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원동력이면서도, 다른 팀들로부터 승자의 아량이 없다고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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