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세상보기]위기설 월령가 또는 사사조 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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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돌이켜 보면, 뭐 그렇다고 뾰족하게 돌아볼 일도 없지만, 환란 (換亂) 이 터진 97년 12월 이후 반년동안 우리는 위기설 속에 살다시피 했다.생각건대, 뭐 그렇다고 유난스레 생각할 일도 없지만, 앞으로도 달거리로 찾아오는 위기설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때야말로 4.4조 위기설 월령가가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를 누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여기 그 가사 일부를 소개한다.

□ 정월령

정월은 맹춘 (孟春) 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중 간학 (澗壑 - 산골짜기)에 빙설은 남았으나 평교 광야에 운물 (雲物) 이 변하도다. 어와! 우리 김 (金) 당선자 애민중농 (愛民重農) 하옵시고 기업조차 위하시니 지겨운 정축 (丁丑) 환란 (換亂) 무인 (戊寅) 년엔 사라질까. 새 틀로 시작하자 정초부터 드센 맹세 설쳐대는 비대위는 인걸도 막강하고 공포의 인수위는 일낼 듯이 덤벼든다.

환란 경위 아뢰어라 부실사업 원인 뭐냐. 두달안에 고통분담 한달안에 빅딜이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어느 것이 우선이냐 사람마다 다른 견해 견해마다 다른 사람. 그 와중에 금모으기 1백t이 모였구나.

□ 이월령

2월은 중춘 (仲春) 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 (萌動) 하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멈칫대는 노사정 (勞使政) 고집꺾기 어렵지만 산고끝의 대타협 세계인이 손뼉친다. 오랜만의 귀한 합의 성심전력 실천하세. 그렇지만 이게 뭔가, 고통분담 합의문서 잉크도 채 안말라 총파업도 불사한다 강경투쟁 한길이다.

신용평가 떨어진다 총리서리 위헌이다, 들리느니 중구난방 제2환란 다가온다.

□ 삼월령

3월은 모춘 (暮春) 이라 청명 곡우 절후로다. 춘일이 재양 (載陽 - 절기가 따뜻해짐) 하여 만물이 화합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여야 모두 왜 이러나 정치싸움 너무 한다.

표결은 중단되고 대화정치 사라졌다. 과거청산 북풍수사 섣달처럼 매섭구나. 그 와중에 새 인물들 내각안에 좌정하니 아이쿠 저 인물은 저자리가 아닐텐데 아뿔싸 저 사람은 재산증식 의심간다.대기업 거액부채 모두가 3월 만기 금융대란 닥친다는 외신보도 짜르르소리 소문 쑤군덕. 늘어난다 실업자 생겨난다 노숙자.

□ 사월령

4월이라 맹하 (孟夏)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4월은 잔인한 달 그 누가 읊었더냐 열흘이상 황사현상 사람마음 다잡는다.

난무하는 실업대책 부처마다 공 다투고 말로 하는 금융개혁 스무번은 끝냈겠다. 지척대는 구조개혁 외국 손님 고개 갸웃. 공직기강 위험수위 도덕해이 왜 모르나. 인위적 정계개편? 자연적 의원탈당? 여야 원한 사무치니 지금이 이럴 땐가.

□ 오월령

5월이라 중하 (仲夏) 되니 망종 하지 절후로다.남풍은 때맞추어 맥주 (麥酒) 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 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5월1일 최루탄은 5월대란 서곡인가 정치권도 술렁이니 민심동요 깊어진다.

부실기업 껴안기 건실기업 구박주기 기업개혁 일정제시 국민대화 해법제시 수석자리 쌍 (雙) 바꾸기 그래도 답답하다. 경황 (驚惶) 중에 들린 소식 박세리의 인간승리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구나 대한국민 만세로다.

□ 유월령

6월이라 하계 (夏季)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 비도 시행 (時行) 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결산시점 대출회수 기업마다 쓰러진다. 만명 천명 정리해고 나라걱정 가정걱정. 때를 놓친 부실정리 6월중에 집중되니 대란 대란 말도 마소 6월보다 더 클손가.

그것이면 됐다 싶은 묘책 비방 기다린다. 좋은 정책 한번 들어 잠 못이뤄 기쁠 텐데 서툰 시책 두번 들어 근심 빛이 안 떠나네.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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