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변한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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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애벌레가 토해낸 흰색 고치로 영국 켄트주 메이드스톤의 공원 나무들이 하얗게 변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 판이 최근 보도했다.

최근 메이드스톤 지역 코브트리 메이너 공원엔 흰 거미줄 같은 고치가 공원 나무들을 덮었는데 이는 '어민 나방(ermine moth)'이라 불리는 곤충의 애벌레가 뿌려 생긴 것이다. 어민 나방 애벌레는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자라는데 새 먹잇감을 찾아 이동하거나 나방이 되기 전 거미줄 같은 고치를 만들어낸다. 지역민들은 이 같은 광경에 감탄했다. 메이너 공원 관리자인 데보라 콜릭은 "고치에 덮여 햇빛을 받은 나무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아름다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콜릭은 "공원 나무에 잎이 다시 나고 있으며 고치는 장기적으로는 무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선 어민 나방의 흰 색 고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선 어민 나방 애벌레가 도심의 거리를 뒤덮어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더치데일리뉴스 등 네덜란드 일간지가 찍은 사진을 보면 가로수와 자동차들이 하얀 거미줄 같은 고치에 둘러싸여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민 나방 애벌레는 원래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종류로 알려져 있는데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나방 애벌레가 위도가 높은 지역 도심에도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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