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로렌 홀리 주연 '터뷸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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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에이리언' 시리즈나 '지 아이 제인' 같은 작품에서 보듯이 할리우드영화에서 남성 뺨치는 강인한 여성이 등장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이를 두고 '현실의 여성상과 어긋나며, 여성에 대한 또다른 상품화' 라는 비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주인공하면 갸날픈 순정파만이 득세하는 상업영화의 본류에서 볼 때는 확실히 일탈이라고 할 만하다.

'터뷸런스' 도 그런 영화다. 사형장으로 이송되는 두명의 죄수가 LA행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기내는 긴장에 휩싸인다.

민간인이 탄 비행기에 죄수를 호송한다는 게 선뜻 이해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쨋든 죄수들의 난동으로 조종사와 수사관들이 모두 죽고 연속살인범 위버 (레이 리오타 분) 의 광기가 시작된다. '어차피 죽은 목숨' 이라며 비행기를 폭파시키려는 악당에 맞서 여승무원 테리 (로렌 홀리 분)가 갖가지 기지를 발휘하며 마침내 비행기를 구하게 된다.

'터뷸런스' 가 숨막히는 긴장감을 부르는 것은 여주인공 로렌 홀리가 시고니 위버나 데미 무어처럼 강력한 무기나 완력을 갖고 있지 않기때문이리라. 난영화의 파괴력과 스릴러물의 트릭들을 결합한 '터뷸런스' 는 중간중간 그럴듯하지 못한 설정들이 눈에 거슬리는 약점들이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LA 상공에서 빌딩에 부딪히는 장면등은 시각적으로 호쾌한 맛을 준다. '좋은 친구들' 에서 분열증적인 마피아역을 해냈던 레이 리오타의 악당 연기도 관객을 전율케 한다.

이영기 기자 〈leyoki@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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