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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38명 전원 소속 한국기원 … 권리만큼 규율 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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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월 9일자 30면에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한국 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프로기사 제도는 어떻기에 회사원처럼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하나. 또 이 9단은 무슨 이유로 휴직계를 제출했는지 궁금하다. (서용준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A 프로기사는 다른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과 같이 자유업이다. 그러나 238명 프로기사 전원이 한국기원 소속이고, 이들 사이에 의무와 권리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원 아니면 프로기전 출전 못해

한국기원은 바둑계의 대부 조남철(1923~2006) 9단이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설립했다. 이후 매년 소수의 프로기사를 선발했으며, 한국기원이 인정한 소속 프로기사가 아니면 어떤 프로 기전에도 참가할 수 없게 했다. 프로기사는 한국기원에서 매달 연구수당을 받을 수 있고 퇴직할 땐 퇴직금(은퇴위로금)을 받는다. 프로 골퍼들이 협회에 회비를 납부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프로기사에겐 의무가 있다. 대국료나 상금의 5%를 한국기원에 내야 하고, 한국기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나 기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또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원칙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조치훈 9단의 형인 조상연씨는 과거 바둑잡지를 설립했다 제명을 당했다. 한국기원에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줬다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시합 중 바둑돌(사석) 하나를 훔쳐 제명당한 기사도 있고, 품위 손상을 이유로 정직을 당한 케이스도 많다. 얼마 전 바둑판 소송사건에서 패소한 윤기현 9단은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바둑계를 떠났다. 한국기원엔 사무국과 이와 별도로 기사회·이사회가 있다. 기사회는 명목상 친목단체지만 한국기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이사회는 사무국 인사는 물론 운영 전반과 기사에 대한 징계 등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이세돌, 한국리그 불참하자 징계

지난달 기사회는 이세돌 9단의 한국리그 불참 등 돌출행동에 대한 징계안을 표결에 부쳐 86대 37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7월 2일 열리도록 돼 있는데, 이에 앞서 이세돌 9단이 한국기원에 휴직계(6월 30일자)를 제출했다. 휴직을 해도 대국을 제외한 모든 국내 활동, 해외 활동은 보장된다. 휴직한 경우는 많다. 여자 기사인 윤영선 4단은 독일에서 보급 활동을 하기 위해 휴직 중이고, 과거 김인·조훈현 9단의 일본 유학도 휴직 후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휴직은 평화적이었기에 막은 전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이세돌 9단의 휴직은, 그가 현재 최고의 바둑 스타이고 갈등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양상이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 육성을 위한 엘리트 코스(연구생 제도)를 운영하는데, 그 코스를 밟은 최강자가 자신의 전성기에 바둑계를 떠난다면 한국 바둑은 타격이 크다. 게다가 이번 휴직계 제출이 징계 움직임에 맞선 ‘이세돌의 강수’라는 관점도 있다.

박치문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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