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회장이 서울 역삼동 집무실에서 ‘테니스 경영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조 회장은 미국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에서 유학할 때 테니스를 제대로 배웠다.
당시 미국에서는 존 매켄로, 지미 코너스, 크리스 에버트 등 스타들의 활약으로 테니스가 고급 스포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조 회장은 선수 생활은 안 했지만 동아리 수준에서는 꽤 잘 치는 학생이었다.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국내 친구가 없어 한동안 외톨이로 지냈다. 조 회장은 “그때 테니스장에 갔더니 치는 사람이 꽤 있었어요. 함께 테니스를 즐기면서 친구를 사귀었고, 학교 생활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죠”라고 회고했다. 당시 함께 테니스를 했던 친구들과는 지금도 매주 수요일에 만나 운동을 한다.
조 회장이 생각하는 테니스의 매력은 ‘존중’이다. 힘과 기술을 총동원해 승부를 겨루면서도 상대를 배려하고, 좋은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매너를 강조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해외에서는 테니스를 골프보다 더 신사 스포츠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업무차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한국의 테니스협회장’이라고 소개하면 보는 눈이 달라지고, 협상도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테니스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줬다. 15년 전 협력업체인 알라바마 리버 펄프(미국)의 조지 란데거 회장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테니스 얘기가 나왔다.
란데거 회장은 “내가 테니스는 프로급이니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회장은 “좋습니다. 그럼 펄프 100t을 놓고 내기를 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결국 펄프를 걸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다음 날 테니스 경기를 했고, 이를 계기로 두 회장의 지인들이 출전하는 테니스 대회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매년 열리게 됐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테니스에 골프까지 넣어 우승팀이 상금을 양국 자선기관에 기부하는 ‘훈훈한 만남의 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 회장은 테니스를 경영에 접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본(펀더멘털)의 중요성이다. “골프는 하위권 선수가 우승하는 이변이 가끔 일어나지만 테니스는 체력과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결코 우승할 수 없습니다. 기업도 재무구조 등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위기에서 살아남고, 호황기에 성장할 수 있죠.”
테니스가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내 반응이 달라지는 것처럼 기업 경영도 항상 고객 생각과 시장 움직임을 잘 파악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테니스를 하면서 터득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운동 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고 걱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 가지 이상 스포츠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법정 체육 시간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창 키와 골격이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스포츠를 통해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처럼 테니스에서도 세계적 스타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