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회생 추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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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자전환 등의 방식을 통한 동아건설 회생방안은 채권단의 합의를 거쳐 실행에 옮겨질 경우 새정부의 첫번째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건설 모델이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부실기업들의 처리에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일단 문제의 동아건설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은행이 감당을 못한다.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의 경우 당장 9천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이 부실채권으로 잡혀 한창 추진중인 민영화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은행 못지않게 대출을 해주고 있는 외환은행도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와 교섭중인 4천5백억원의 출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

동아건설이 짓고 있는 주택이 3만5천가구에 달하고 하청업체가 수천개에 이르는 것도 많이 감안된 듯하다. 동아건설이 부도날 경우 그 파장이 기아사태에 못지않아 가뜩이나 불안한 외환.자금.주식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명확한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부도후의 여파를 우려하면서 은근히 지원쪽으로 사인을 보내왔다.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은행이 부도를 낼 자신이 있으면 내고 그렇지 않으면 알아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부채구조조정 (loan work - out) 방식을 부실기업의 정상화방안으로 제시해왔다. 은행감독원 고위관계자도 "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이 30대그룹 평균치 수준이므로 부실기업은 결코 아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동아측이 희망해온 협조융자 대신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부채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15일 최원석 (崔元碩) 회장의 사임도 이런 맥락의 수순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출자전환을 한 뒤 동아건설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면 은행은 차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또 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이나 이자 상환부담이 가벼워져 해외매각을 쉽게 성사시킬 수도 있다.

은행이 계속 끌려다니게 되는 협조융자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崔회장이 소유.경영권을 확실히 포기할 경우 기아 김선홍 (金善弘) 회장의 경우처럼 특혜시비에 시달릴 소지도 줄어든다.

물론 위험도 따른다. 주식으로 바꿔준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를 포기해야 하고 담보도 풀어줘야 한다.

정상화에 실패하면 은행은 출자전환액을 모두 떼이게 된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으니 정부가 확실하게, 공개적으로 '실시하라' 는 지시를 내려달라는 것이 은행입장이다.

남윤호 기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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