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두 아들도 며느리도 '지리학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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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서무송씨와 3남 원명씨, 둘째 며느리 남선녀씨, 2남 인명씨(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정현 기자]

서무송(77)씨는 지리학자다. 지관이었던 증조부가 남겨놓은 책자와 유물을 어릴 때부터 접하며 자연스럽게 지리학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평양종합대학 지리학부와 경희대 대학원 지리학과를 나왔다. 아주공대 교수를 지냈고, 한국동굴학회 부회장과 한국지리교육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서씨의 두 아들도 지리학을 공부했다. 둘째 아들 인명(47)씨는 현재 서울 대광중.고교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셋째 아들 원명(44)씨 역시 경기도 수원 천천고교에서 지리 교사로 근무 중이다. 인명씨의 부인 남선녀(42)씨와 원명씨의 부인 조정옥(41)씨도 지리학을 전공했다. 음악교사인 큰아들 윤명(49)씨, 그리고 세계적 첼리스트 장한나(21)씨의 어머니인 딸 혜연(46)씨만 지리학과 연을 맺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지리학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셨습니다. 대학에 진학할때 쯤에는 지리학 외에 다른 것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서인명씨)

"아이들에게 너희는 물론 배우자도 지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야 같이 장기간 답사를 떠나도 며느리들이 이해해줄 테니까요."(서무송씨)

이 지리학 삼부자가 최근 중국을 답사한 뒤 책을 펴냈다. '지리학 삼부자의 중국 지리 답사기' (전 2권.푸른길)가 그것이다. 1988년 7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모두 일곱차례에 걸쳐 7만5000여km를 여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네이멍구 지역, 황허 유역, 티베트 고원, 쓰촨 분지, 히말라야 산맥까지 샅샅이 답사했다. 총 여행 일수가 7개월여에 달한다.

"완행열차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며 구석구석 다 훑어봤어요. 어느 곳을 가든 시장부터 들렀지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들어있는 두만강 하구 녹둔도에 관한 리포트는 이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발표하는 내용이다. 서무송씨는 "어릴 적 누님이 시집갔던 곳이라 지리를 잘 알고 있다"며 "이 책을 계기로 잃어버린 땅 녹둔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원명씨는 자신의 아들도 지리학도로 키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2년 전 이집트~스페인~터키 코스를 돌았으며, 내년 초에는 브라질.칠레 등 남미를 다녀올 계획이다.

아버지 서씨는 앞으로 제주도의 화산지형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전셋집을 얻어 부인과 함께 내려갈 생각이며, 아들들은 방학을 하면 합류해 아버지를 돕기로 했다.

이용택 기자
사진=장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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