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서발전이 지난달 전남 진도군 녹진과 해남군 우수영 사이 울돌목에 설치한 국내 1호 조류발전소.
연봉제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시간만 지나면 자동 승급돼 연봉이 오르는 ‘무늬만 연봉제’에 그쳤다. 하지만 동서발전이 6월부터 시행하는 직무성과급 연봉제는 상여금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기준연봉을 기본연봉과 차등직무연봉으로 구분하고, 업무실적에 따라 받는 성과급 비중도 높였다. 결과적으로 같은 직급이라도 최고 3100만원까지 연봉 차가 나게 된다. 특히 업무성과가 나빠 보직을 받지 못하면 퇴직금이 현저히 줄기 때문에 그 전에 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상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급여체계뿐 아니라 조직과 직급의 거품도 뺐다. 기능이 겹치는 조직을 과감히 없애 본사 조직을 25% 줄였고 정원도 241명(11%)이나 감축했다. 몸집이 날렵해진 동서발전은 이제 미래 먹을거리 사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된 사냥터는 녹색 에너지 시장이다. 조류 발전에선 이미 독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전남 진도 부근 울돌목에 자체 기술로 만든 시험용 조류발전소를 준공한 것이다. 규모는 1㎿로 시험용이지만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2015년에는 화력발전소 하나를 대체할 45㎿급 조류발전소가 상용화된다. 해마다 1800억원의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녹색 기술을 무기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4억5000만 달러 짜리 풍력 단지를 필리핀에 세우는 계약을 따기도 했다. 필리핀은 섬과 해협이 많아 동서발전이 지닌 조류발전 기술을 접목하는데 적합한 곳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서발전 이길구(60) 사장은 “2020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입해 1663㎿ 용량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