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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불확실'이란 이름의 유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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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가 꼭 일 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종합주가지수가 70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고, 삼성전자 주가가 40만원대 초반인 것이 그렇다.

하지만 분위기는 영 다르다. 일 년 전 증시는 힘찬 반등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전문가들조차 증시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단순히 증시에 돈이 안 몰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루 거래대금이 2조원 밑에서 머물고 있는 것도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잇따르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웃도는 기업실적 발표)를 기다렸던 시장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고 있다. 지난주 인텔.노키아.삼성전자 등 '빅3'의 2분기 실적은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 주가는 되레 반등했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실적 발표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라는 점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주가가 그동안 많이 빠졌기 때문에 추가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가 더 이상 내리지 않는 것과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 시장에 돈을 묻어둘 투자자는 없다. 증시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거래가 움츠러드는 것도 크게 보면 다 그 때문이다.

이번 주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는 증시 전문가들도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우리 경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급격하게 금리인상하거나 중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는데도 수출 둔화와 내수침체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쁘고 내년이 올해보다 좋을 리 없다면, 경기를 미리 반영하는 주가가 오르기는 힘들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서야 증시도 힘을 받는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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