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종금 인수로 회생 기회 맞은 거평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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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평그룹이 많은 희생을 치르고 회생의 기회를 찾을 듯하다.

19개 계열사중 15개를 정리하는 것은 그룹해체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는 길' 이라는 평가다.

부채가 많고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계열사들은 법정관리나 화의로 정리하고 알짜기업만으로 꾸려 가겠다는 것이 거평의 전략이다.

거평그룹 전체의 금융권 여신은 1조6천3백억원. 이 가운데 은행빚이 9천3백54억원이다.

법정관리나 화의가 개시되면 이 빚을 천천히 갚으며 주력기업으로 승부해 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도 도울 뜻인 듯하다.

계열사에 약 2천억원의 대출을 제공해 준 거평의 자회사 새한종금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떠안은 데서 잘 드러난다.

산은은 거평의 새한종금 지분을 무상으로 인수키로 했으나 실은 새한종금의 거평에 대한 잠재부실도 함께 떠안은 셈이다.

원래 산은의 자회사였던 새한종금은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97년초 거평에 팔아넘긴 회사다.

산은은 새한종금을 방치할 경우 대출금 (6천4백30억원) 을 떼일 우려가 있지만 다시 인수해 경영하면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순자산이 1천5백14억원에 이르는 새한종금이 망하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다는 논리도 한몫 했다.

새한종금 임원은 "대외적으로 금융기관이 또 무너진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산은의 인수가 최선의 길"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의 부담도 적지 않다.

영업전망이 좋지 않은 종금사를 떠안아 부실자산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새한종금이 망하면 거래기업.금융기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함께 부실해지기 때문에 '정책적 판단' 에 따라 누군가 나서 도와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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