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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놀라워라, 특급호텔 패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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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레저업계에서 패키지(Package)는 원래 여행사 상품이었다. 항공권부터 숙박·식사·가이드까지 모두 포함한 단체관광을 업계에선 패키지라 불렀다. 그러나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다. 패키지란 용어가 가장 자주 쓰이는 업종은 외려 특급호텔 쪽이다.

특급호텔은 의외로 주말에 한가하다. 그래서 주말에 방값이 싸다. 국내 특급호텔 고객의 대다수가 비즈니스 고객이어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서울 시내에 밀집한 특급호텔은 한여름이 비수기다. 휴가 시즌이라 그렇다. 이와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 패키지다. 방값 줄여주고 밥값 깎아줘 비수기를 돌파하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몇 해 전부터 한여름 호텔 패키지는, 여름 휴가를 멀리 떠나지 못하는 직장 여성에게 유행처럼 번져 제법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니까 호텔 패키지는 서머 패키지였다. 혜택이라고 해봤자 사우나·수영장 등 호텔 시설을 공짜로 이용하는 정도였고, 선물이래 봤자 음료수 한 잔 또는 호텔 로고가 박힌 수건 한 장이었다. 한데 이 판도가 요즘 싹 바뀌었다. 호텔 패키지는 문자 그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시점. 호텔 패키지는 1년 열두 달 상설체제를 구축했다. 12월 크리스마스 패키지, 1월 설 패키지, 2월 밸런타인 데이 패키지, 3월 스프링 패키지, 5월 가정의 달 패키지가 쉼 없이 이어지더니, 이달엔 얼리 서머 패키지가 출시됐다. 여름이 길다는 예보를 믿고 6월부터 서머 패키지 장사를 개시한 호텔도 여럿이다.

놀라운 건, 상상을 초월한 경품 행진이다. 예컨대 JW 메리어트 호텔의 ‘복불복 패키지’. 체크인할 때 고객이 선물상자를 고른다. 어떤 상자엔 중국행 비행기 티켓 왕복 2장이 들어 있고, 어떤 상자엔 라면이 들어 있다. 말 그대로 복불복인 셈이다. 지난해 연말엔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왕의 1년’이란 패키지가 이목을 끌었다. 최고급 객실을 1년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경품(1달에 2박씩)을 내걸었다. 여자만 이용 가능한 패키지가 나오더니, 남자 한 명만 쓸 수 있는 패키지도 나왔다. 게임이나 하고 쉬라며 컴퓨터 게임기를 설치한 패키지도 있고, 임신부를 위한 패키지도 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올봄,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일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와서였다. 하나 따져 보면 수지 맞는 장사는 아니었단다. 잠만 자고 나오는 단체관광객은 호텔 입장에서 반가운 손님만은 아니란다. 아무튼 올해도 호텔 패키지의 시즌이 도래했다. 여기서 정보 하나. 몇 푼 아끼겠다고 싼 방 잡지 말 것. 혜택의 차이가 방값을 만회하고도 남으니.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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