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실직자 도움방-휴식공간'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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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말 20여년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둔 朴모 (46) 씨.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려고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마음에 드는 업종을 찾지 못한 朴씨는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와의 다툼도 늘었다. 朴씨는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몇 달간 집에만 있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게 된다" 고 말했다.

IMF의 여파로 실직자의 수는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갈 곳은 매우 부족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실직자가 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실직자들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새출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실직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새출발을 위한 구상을 하면서 시간을 뜻있게 보낼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 시립도서관을 찾는다. 서울에는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23곳의 공립도서관이 있다. 각 도서관마다 풍부한 자료와 서적을 비치해 놓고 있어 실직자들이 취업.창업 등 새출발 전략을 짜기에는 안성맞춤이다.멀티미디어실에서는 PC통신과 인터넷.CD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종로구화동의 정독도서관은 지난달 27평 규모의 취업정보 도움방을 마련, 취업관련 도서 2백80여권을 비치하고 컴퓨터 등을 설치해 놓았다.

도서관에서 오전을 보낸후 시청이나 종교단체 등의 각종 쉼터로 자리를 옮긴다. 취업정보를 얻을수 있을뿐 아니라 점심도 비교적 싼값에 해결할 수 있다. 10일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된 서울시청의 어학실 (시민과 건물 4층)에서는 CNN.NHK 등 8개 위성방송을 볼 수 있으며 집에 있는 오디오.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와 어학공부도 할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 (일반인 2천5백원) 도 가능하다. 명동성당도 지난달 13일 실직자들을 위한 평화의 집을 열고 실직자들에게 각종 취업정보와 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점심식사는 무료.

정동 구세군회관 2층에 있는 다일사쉼터와 원불교 중앙회의 쉼터등도 취업상담과 함께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경제사정이 빠듯한 사람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용산역 양지학원앞 무료급식소 (792 - 5398) 도 이용해 볼만하다.

기분전환을 하려면 서점에서 잡지를 보거나 각 구청의 문화회관이나 구민회관에 들러 이곳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감상한다. 또 문화회관엔 음악감상실.피아노연습실.스포츠시설 등도 설치돼 있어 스트레스로 찌든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삼성프라자 태평로점 북카페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국내외 잡지를 볼 수 있다. 종로2가 ELS영어학원 지하 2층에 있는 한국잡지 종합전시관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또 대한택견협회 (511 - 2559)가 전국 1백30여곳의 전수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료강습을 받거나 단학선원 (0417 - 557 - 9000) 이 매일 전국 공원등 2천여곳에서 실시하는 수련지도를 받아보는 것도 심신단련의 한 방법. 음악을 들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으면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안에 있는 예술자료관 (525 - 3491~5)에 들른다. 이곳에는 연극.무용등 각종 공연을 비디오 영상으로 볼수 있고 희귀 음반들도 있다.

건강에 의심이 가는 사람은 병원등에서 실시하는 무료진료를 받아본다. 대한한의사협회는 5월 한달동안 전국 1만여 한의원에서 실직자.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무료진료를 실시한다.

강동성심병원도 매달 첫째주 월요일에 무료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으며 보생한방병원은 긴장감을 완화시킬수 천연한방황토및 향기요법실을 설치해 실직자와 지역주민에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김창규·윤창희 기자 〈hi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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