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태]정부 개혁지연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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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월중순 고정환율제 도입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힘겨루기를 벌였던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8일 국제통화기금 (IMF) 과 새로운 경제개혁 조치에 합의하면서 위기는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경제성장률을 올해 마이너스 4%, 물가상승률은 연 45%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4일 IMF와의 합의에 따라 석유제품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실시, 휘발유 가격이 단번에 71%나 뛰어오르자 버스 요금과 전기료 등이 줄줄이 오르기 시작했다. 학생시위가 근로자.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중시위로 성격이 바뀐 요인이다. 막상 경제개혁에 나서니 급격한 물가상승.실업사태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물가는 올들어 4개월동안 30% 이상 뜀박질했다.지난 3월말 현재 실업자는 8백70만명으로 종전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연말께 실업자는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하르토 정권이 국민적 저항이 뻔히 예상되는 분야를 먼저 손대 국제사회의 개혁압력에 교묘히 저항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의 핵심이라 할 금융기관.기업에 대한 개혁을 미루고 있다는 것.

현재 2백12개 금융기관중 2백여개가 사실상 적자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수하르토의 일가.측근들이 금융산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수하르토의 아들 밤방 트리하트모조가 소유한 은행을 폐쇄했지만 수주 후 밤방은 곧 다른 은행을 손에 넣었다. 수하르토의 다른 두 아들은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 막대한 외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수하르토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란 것도 과감한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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