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 'Translations of Beauty(미의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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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s of Beauty(미의 해석)
Mia Yun, Atria Books, 338쪽, 23달러

1998년 자전적 소설 『바람의 집(House of the Winds)』(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파란 대문집 아이들’)를 냈던 미아윤(47)씨의 두번째 소설이다. 4년 이상 매달린 끝에 지난달 중순 신간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USA 투데이는 이 소설을 올 여름 추천도서의 하나로 꼽았으며, 타임워너그룹의 퀄리티 페이퍼백 북클럽은 올 연말 60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이 책을 팔기로 했다.

‘가족은 무엇이고 집이란 또 무엇인가. 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은 어떤 것인가.’소설은 28세의 쌍둥이 자매 이나와 유나를 통해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 군데군데 위트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고 고통스럽다. 이나가 네살 때 부엌에서 당한 안면 화상 사고가 가족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민생활의 갖은 애환이 과거와 현재를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짜여진다. 유명 서평지인 라이브러리 저널은 “가족·사랑·이민·정체성 등을 주제로 한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기쁨과 슬픔의 원천으로서 가족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정이 때로는 갈등을 낳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종국엔 서로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고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국 이름은 윤명숙이지만 영화배우 미아 패로를 좋아해‘미아’라는 미국 이름을 갖게 됐다는 그는 처음엔 플러싱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와 자식 세대 간 갈등을 다룬 소설을 쓰려고 했다.

그런 주제로 원고를 반쯤 쓰던 중 1999년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길에 우연히 중국계 호주 여성을 만나게 됐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그 사람과의 만남이 몇번 더 이어지면서 소설의 모델이 바뀌었다.소설은 뉴욕의 변호사 유나가 영국 옥스퍼드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던 중 갑자기 이탈리아로 잠적한 이나를 찾아 비행기에 오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유나를 기다리는 건 이나의 냉대 뿐이다. 이나는 왜 자기를 찾아왔느냐며 화를 낸다. ‘베니스에서 나는 그동안 그토록 갈망해왔던 고독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유나에게 건넨 책의 한 귀절이 이나의 현재 심정을 대변한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자신의 슬픈 운명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이다. 자매의 이탈리아 여행은 상처뿐인 이민 가족사를 들추는 여정이 된다.

한국에서 대학(한국외국어대 영어과)을 마치고 81년 미국에 온 윤씨는 뉴욕시립대 석사과정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시 같다는 평을 받은 첫 소설 『바람의 집』은 요즘 컬럼비아대·뉴욕주립대·남가주대 등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20대 중반에 미국 와서 어떻게 소설가가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자신도 미국에서 작가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실토한다. 미국인 변호사와 결혼해 맨해튼 남서쪽 끄트머리 배터리파크 시티에 사는 그는 2001년 9·11테러를 코앞에서 지켜보면서 크나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하는 윤씨는 한국엔 아주 가끔 들어간다고 했다. 영어로 글을 쓰고 이젠 이름도 어느 정도 얻었지만 한국에 가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는 말 속엔‘화려한 무대 뒤의 고독’같은 것이 만져졌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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