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아버지와의 40년 갈등 고백 “화해하니 못할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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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아버지와의 불화와 화해, 그 이후 얻은 깨달음에 대해 털어놓았다.

주옥같은 대사로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는 9일 방송된 KBS 1TV '낭독의 발견'에 친분이 깊은 법륜스님과 함께 출연해 40여년 동안 아버지와의 불화 때문에 힘들었던 사연을 고백했다.

노희경 작가는 "가족 때문에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다"며 "어렸을 때는 아버지, 형제들 사이의 공통의 어떤 것이 있어 좋았으나 커가면서 갈등이 생겨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작가는 "어렸을 때는 반항해봤자 신발 갖다 버리는 것 뿐이었는데 커가면서 험한 말을 배운 뒤 아버지와 서로 험한 말을 하면서 점입가경이 돼가곤 했다"는 말로 부녀간의 갈등이 깊고 오래 지속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노 작가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의 시간은 그렇게 무려 40여년간 이어졌다.

노 작가가 아버지와 갈등 원인으로 느꼈던 것은 바로 돈이었다. 노 작가는 "아버지가 돈 안벌어오는 것이 싫어 어느날 스스로 반문해봤다. 돈을 벌어오면 좋은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기준이 돈이었나, 생각해보니 그 부분이 컸다"며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노 작가는 '잣대'를 바꿔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내가 아버지를 이렇게밖에 생각 안하는데 아버지라면 "내가 돈만 벌어오면 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어느 순간 '정말 안됐다. 딸한테 그 정도 대접밖에 못 받으셨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비로소 아버지가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노 작가의 '든든한 백그라운드'라는 법률스님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만의 잣대로 그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라며 "가족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잣대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깨달음을 전했다.

노 작가는 "내가 잣대를 바꿔 생각한 뒤 3년 반 동안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함께 하며 감정을 풀었다. 그렇게 2년전 '행복하다'고 하며 돌아가셨다"고 전해 감동을 자아냈다.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노 작가는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화해 후 갈등을 겪고 있는 그 누구와도 갈등을 풀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노 작가는 "예전에는 안된다고 했던 것들을 했다. 40년 아버지와도 풀었는데 2~3년 친구 싸움이 뭐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하게 됐다"며 화해 이후 달라진 삶의 태도를 설명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노 작가는 "미워하면 내가 아프다",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등 지나온 삶의 굴곡에서 얻어낸 진실한 깨달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법률스님과 함께 행복한 삶,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나눴다.

노 작가는 자신의 수필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 한 구절을 낭독하며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손해라는 따뜻한 가르침을 전했다. 또 "내 삶이 행복해지면 글이 행복해질테고, 그러다 보면 드라마도 사람들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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