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대사관저 흑인 강도에 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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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흑인 강도가 침입한 서울 이태원동 벨기에 대사관저에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변선구 기자]

16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1동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 쿤라드 루브루아(58)대사와 대사 부인(56)을 전깃줄로 묶어 감금한 뒤 신용카드 등을 털어 달아났다.

대사 운전기사 박모(61)씨는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7시15분쯤 출근한 필리핀인 가정부가 '관저 쪽문이 열려 있고 대사 부부가 묶여 있다'고 전화로 연락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프리카계 흑인 강도는 복면을 하고 관저에 침입, 안방에서 자고 있던 대사 부부의 손발을 전깃줄로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대사는 지하 1층 보일러실에, 부인은 2층 창고에 각각 감금했다. 루브루아 대사 부부는 특별한 외상은 없으나 6시간 동안 감금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피해액을 조사하는 한편 벨기에 대사관저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지난 1월 해고된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국적의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2월 대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친구들을 관저로 불러 술 파티를 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

대사관저 정문 앞에는 경찰 경비초소가 있으나 이날 강도를 막지 못했다. 이 초소에는 두 명의 전경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그 중 한 명은 30분마다 400여m 떨어진 쿠웨이트.이란 대사관저까지 동초를 서면서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민동기.이경용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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