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필요하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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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얼굴) 전 대통령은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과 관련, “이번엔 무슨 제재가 됐건 제재는 필요하고 또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제재가 목적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므로 북한이 6자회담과 대화의 틀로 다시 돌아올 문호는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6·15 남북 정상회담 9주년을 맞아 본지 김영희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동교동의 김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번엔 중국도 화가 많이 났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은 금융제재 등 북한으로선 뼈아픈 제재를 할 것이지만 앞으로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는 방향으로 문제를 수습하고 6자회담을 다시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 의도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제스처이면서 (북한)국민들에게 ‘이렇게 해도 미국이 꼼짝 못하지 않느냐’고 하기 위한 선전용이란 내부적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진짜 목표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국제사회에 나가 경제적 강성대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북한은 핵만 갖고는 살 수 없으며 중국이 절대 북한의 핵무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기 있기 때문에 미국과 대화가 이뤄지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갔다가 좌절됐던 비사(秘史)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클린턴이 2000년 직접 북한에 가 김 위원장을 만나려 했으나 중동·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 문제 때문에 가지 못하게 돼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 방문을 제의했다”며 “그러나 국제감각이 없고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한 김 위원장이 방미를 미루는 바람에 찬스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폐기하고 6·15 선언과 10·4합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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