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개방 현황과 파장]진출 현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내 정보통신시장에 외국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이들은 컴퓨터.통신.서비스.소프트웨어등 거의 전분야를 대상으로 지분인수.전략적제휴.영업망확대.연구센터설립등 다양한 시장공략책을 동원하고 있다.

국내 우량기업이 헐값에 팔린다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개방자세에 힘입어 더이상 거스를 수없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17일 정보통신부의 대통령업무 보고를 계기로 우리의 시장환경과 외국 정보통신업체들의 국내진출전략등을 총점검해 본다.

통신서비스업에 대한 각종 지분규제가 올해안에 완전히 풀리게 되자 오랫동안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여온 외국 정보통신업체들의 공략채비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인텔사의 크레이그 배럿 차기 최고경영자 내정자를 비롯 휴렛팩커드의 류 플렛회장, 벨 캐나다의 데릭버니회장등이 방한해 진두지휘에 나선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 정보통신업체는 작년 7월말 현재 3백99개, 고용인력 2만명에 이르고 있다.이중 제조업체가 2백23개로 가장 많고, 소프트웨어 1백45개, 서비스업체 31개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국내 매출액은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지난 70년대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 정보통신업체들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12억3천8백만달러였는데 이중 2억3천7백만달러가 작년 한해동안 실행된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한국통신 주식매각등 굵직한 거래들이 진행중인데다 IMF한파를 타고 제조업체들의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전망이어서 유입자금은 올 한해 20억달러를 족히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전산원 최성모 (崔成模) 연구위원은 외국기업들이 국내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네가지로 요약한다.우선 높은 교육열. 국민들의 지적 수준과 정보통신시장의 성장율이 비례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 중국.일본.러시아의 삼각축 한가운데 위치해 허브 (중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진출은 곧 중국시장 근접이라는 인식이 외국업체들에는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수한 제조업 기술도 빼놓을수 없는 대목이다.소프트웨어는 약한 편이나 하드웨어분야가 뒷받침해주고 있어 기술력이 있는 기업과 손을 잡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이 통신인프라의 건전성이다.전화망.케이블TV망.위성등 다양한 통신수단이 있어 일단 한국에 발만 들여놓으면 사업하기가 수월한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 대부분이 장.단기 전략수립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시장이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IMF한파로 극심한 내수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올해의 영업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삼으려는 분야는 기본통신.전송장비.무선통신.전자상거래등인데 지분참여.전략적제휴.연구개발등을 통한 협력노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단기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PC.소프트웨어분야는 영업쪽에 비중이 실리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한편 외국기업의 공세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윤창번 (尹敞繁) 박사는 "외국자본 유치가 시대적 과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우량기업이 헐 값에 팔려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며 "먼저 국내기업간 제휴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