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대북정책 재검토하라”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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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등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3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군(앞쪽)과 북한군 병사의 모습이다. [파주=연합뉴스]

중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대북 정책을 대수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 소식통은 3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공산당 대외연락부·군부(국방부)·외교부·상무부뿐 아니라 북한 핵실험 당시 직접 영향을 받은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 정부까지 참여해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업은 기존 대북 정책이 타당한지를 포함해 출발선에서 다시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포함한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지시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대외 정책 결정 기구인 ‘당 중앙 외사영도소조(外事領導小組)’ 조장(팀장)을 맡고 있어 대외정책 결정 최종 단계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소식통은 “연구 결과는 후 주석에게 보고되고, (외사영도소조를 거쳐)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중장기 대북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고수해온 ‘온건 유화 노선’을 재검토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 소식통은 “2006년 10월에 이어 북한이 이번에도 핵 실험을 강행하자 중국 지도부가 크게 놀랐고, 중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지린성 일대 자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불안감을 조성해 민심에 악영향을 미친 데다 일본과 한국의 핵 보유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베이징(北京)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정책을 기계적으로 말해온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최근 들어 전례 없이 대북 정책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격적으로 취합하기 시작했고, 중국 언론에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상반되는 관점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 선전부 등 고위층의 적극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친강(陳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외신 브리핑에서 “북·중 간에 현재 동맹관계(혈맹관계)가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편 후 주석은 3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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