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간 인덱스펀드, 더 잘나간 주식형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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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썩어도 준치.” 요즘 일반 주식형 펀드에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몰아친 글로벌 주가 폭락 사태 와중에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반 주식형 펀드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3일 현재까지 일반 주식형 펀드는 평균 29.8%의 수익률을 냈다.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ETF는 각각 22.9%와 2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금은 일반 주식형 펀드가 찬사를 받고 있지만 올해 초만 해도 사정이 그렇지 않았다. “비싼 수수료 값을 못 한다”는 비난에 일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바늘방석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유명세를 치르는 일부 스타급 매니저는 아예 고급 음식점이나 골프장 출입도 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주식형 펀드는 인덱스펀드에 비해서는 평균 0.8%포인트, ETF에 비해서는 평균 1.8%포인트 수수료를 더 많이 받으면서도 손실 폭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반 주식형 펀드의 손실률은 39.45%로 인덱스펀드와 ETF에 비해 1.5%포인트가량 높았다.


자연스레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돈도 빠져나갔다. 지난달 말 현재 일반 주식형 펀드 설정액(펀드 원금)은 지난해 연말보다 2조2529억원이 준 138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덱스펀드는 2459억원(2.6%)이 늘었다. 또 ETF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설정액 규모가 1조원대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2조원대로 껑충 뛰어올랐고 지난달 29일 현재 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구박받던 일반 주식형 펀드가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은 3월 초에 시작된 3개월간의 랠리 덕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맵스코스피200인덱스로 26.77%를 기록했다. 이 정도 수익률로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견줄 바가 못 된다. 펀드 설정액 100억원 이상 일반 주식형 펀드 133개 중 102개 펀드(77%)가 27% 이상의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기 투자에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가 인덱스펀드나 ETF를 압도했지만 장기 수익률을 놓고 봤을 때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흔히 금융 선진국에서는 장기 투자에는 인덱스펀드와 지수 추종형 ETF가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오래 투자할수록 저가의 수수료가 돋보이고, 장기간에 걸쳐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앞서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5년간 연 환산 평균 수익률은 일반 주식형이 14.85%로 인덱스펀드(13.88%)와 ETF(14.14%)를 겨우 앞섰다. 평균 2.3%에 달하는 펀드 수수료를 제하고도 일반 주식형 펀드가 약간의 우세를 유지한 셈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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