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부부]영화기획·홍보 이선희·김종욱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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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해에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는 약 350편. 이 중 제작비나 수입원가를 제대로 건지는 건 10%도 안 된다.그러니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영화사마다 머리를 싸맨다.

그래서 생겨난 게 기획.홍보 전담사. 현재 약 20여곳이 있다.여기도 IMF 바람이 불어 문을 닫는 곳이 한 두군데씩 늘고 있다.

그 와중에 1년도 안 된 신생사가 선전하고 있다.이선희 (30).김종욱 (37) 씨 부부가 공동 대표로 있는 '래핑보아' .지난해 6월 설립된 이후 이들 손을 거친 작품은 '언지프' '보네뜨' '나의 장미빛 인생' 등 3편. '언지프' 는 다큐멘터리고 나머지 두편은 유럽 영화. 알다시피 관객이 안 드는 영화다.

그런데도 '보네트' 는 5만명을 넘겼고 '언지프' 는 개봉 9일을 남긴 시점에서 의뢰를 받아 단시일에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그만큼 영화를 받으면 어떻게 접근할 지 '컨셉' 을 잡는데 능하다.

비결은 두 사람의 이력서에 담겨있다.김씨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광고.마케팅으로 석사를 했다.정치광고회사에 잠깐 적을 둔 뒤 제일기획의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영화쪽과 연을 맺었다.

이씨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후 '이벤트 월드' '이손기획' 등에서 이 방면의 경력을 닦았다.'노스트라다무스' '브로드웨이를 쏴라' '아메리칸 퀼트' 등이 이 시절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94년 '노스트라다무스' 의 광고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사귀게 됐다.결혼한지 2년 됐고 아직 아이는 없다.

서글서글한 외모가 오누이처럼 닮았다.그러나 성격이나 일하는 스타일은 정반대란다."저 사람은 창조적인 일을 좋아해요. 그래서 성격도 자유분방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지요" (이선희씨) . "엄청나게 성실한 사람이에요. 약속시간을 한번이라도 어겨본 적이 없지요. 지구력이 좋아요" .서로 추켜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머쓱했던지 뒷머리를 긁으며 김씨가 말을 받았다.

업무도 자연스럽게 분담이 됐다.김씨는 기획과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짜는 일을 맡고, 이씨는 기획안에 따라 현장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지금 준비중인 작품은 홍콩영화인 '마용정' .그동안 해온 예술영화풍과는 성격이 다른 작품이다."예술영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아무리 나쁜 영화에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광고란 그런 점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

앞으로 광고.마케팅에 관련된 정보나 자료를 인터넷등에서 수집해 데이터 베이스화하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데이터가 많아야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다는 지론때문이다.

상호는 '어린왕자' 에 나오는 코끼리를 잡아먹는 아프리카산 보아뱀에서 따왔다.그만큼 이들의 포부는 야무지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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