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인생]SBS 조명감독 정석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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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평생 빛과 그림자를 좇아온 사람 정석중 (65) . 젊은 시절 우연히 극장에서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 혼을 뺏겨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명을 시작한 60년대의 '할리우드 키드' 다.그의 손길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은 단 한번도 그를 싫증나게 하지 않았던 한평생의 즐거움. SBS 정석중 조명감독의 32년은 우리 나라 드라마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정감독의 첫번째 직장은 외국인 회사의 엔지니어. 서울로 상경한 64년 TBC 수송부에 입사한 그는 66년에는 조명부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에는 조명기구들이 모두 엄청나게 컸어. 덕분에 덩치가 큰 사람만이 조명부로 들어올 수 있었지" . 당시 별다른 교육기관이 없었던 까닭에 정감독은 혼자 책을 보며 독학을 했다.

재능을 인정받아 동료들 중 가장 빨리 조명감독에 발탁된 그가 처음으로 감독한 드라마는 TBC의 '아씨' .그 이후 그가 조명감독한 드라마는 '파란 눈의 며느리' '임금님의 첫사랑' 등 3백여편이 넘는다.최초의 본격 쇼 프로그램인 '쇼쇼쇼' 도 그의 손을 거쳤다.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던 80년, KBS로 적을 옮겨 만든 드라마 '등신불' 이 컬러로 방영되던 때의 감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60년대 제일 예뻤던 여배우?윤정희가 정말 예뻤지. 요즘 배우 중에서 조명을 제일 잘 받는 배우는 최진실과 고현정이야" . '여배우는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한다' 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며 웃음을 짓는 정감독은 "훌륭한 조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말한다.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KBS의 김재형 PD와도 각별한 사이. 테니스.수상스키.제트스키 등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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