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촬영해 화장품 추천, 결제는 지문으로 … 첨단 ‘쇼핑 도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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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코너에 설치된 ‘가상 화장 장치’에 다가서자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촬영해 화면에 띄운다. 베이직누드룩·섹시글래머룩 등 대여섯 가지 유행하는 화장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하자 피부 톤에 어울리는 기초 화장품과 마스카라·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이 자동 추천돼 실제 사용했을 때의 모습이 연출된다. 음반 매장에선 LCD 화면이 달린 장치에 CD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수록곡이 화면에 뜬다. 고객은 직접 음악을 들어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독일 ‘레알 퓨처스토어’에서 고객이 로봇 안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상품을 선택하면 로봇이 해당 코너로 안내해 준다. [공동취재단]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그룹이 지난해 5월 뒤셀도르프 인근 크레펠트 지역에 문을 연 ‘레알(real) 퓨처스토어’. 고객의 쇼핑을 돕는 첨단 장비를 설치해 쇼핑 공간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체험하도록 한 매장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찾아간 레알 퓨처스토어는 미래 유통기술의 집합소였다.

청과 매장에서 바나나를 골라 저울에 올리자 위쪽에 달린 카메라가 인식해 화면에 바나나 그림이 표시된다. 일반 매장에선 점원이 해당 품목의 버튼을 찾아 가격표를 붙여 주지만 이곳에선 고객이 그림을 눌러 가격표를 직접 붙인다. ‘지능형 냉장고’에 진열돼 있는 육류 제품에는 포장마다 컴퓨터 칩과 안테나가 달린 작은 표시가 부착돼 있다.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인 ‘RFID’를 사용한 것으로, 고객이 냉장고에서 제품을 집으면 재고 관리 전산망에 자동 통보된다. 레알 측은 이를 통해 어떤 제품을 얼마나 새로 진열해야 하고,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관리한다.

고객이 16가지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도록 한 장치.

와인 코너에선 적정 온도로 보관된 16가지 와인을 매장에 비치된 작은 컵에 따라 맛볼 수 있다. 매장 천장 곳곳에는 지향성 스피커(소리가 퍼지지 않고 한곳으로만 가는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코너별로 특색 있는 음악이나 소리를 선사한다. 자전거 코너에서는 산에서 들리는 새 소리를, 생선 매장에서는 갈매기 울음을 들려주는 식이다. 매장 전체에서 한 가지 음악을 트는 일반 매장과 차별화해 고객을 유혹하는 셈이다.

레알 퓨처스토어에는 셀프 정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셀프 정산기에서는 신용카드나 현금은 물론 지문으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지문은 미리 자신의 계좌를 연결, 등록해 놓으면 된다.

이 매장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쇼핑 도우미인 ‘MSA(Mobile Shopping Assistant)’도 운영한다. 고객이 필요한 상품 목록을 휴대전화에 미리 입력해 온 뒤 상품의 바코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전용 계산대에서 한번에 결제액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용객 크레머(28)는 “휴대전화 도우미는 이용해 본 적이 없지만 자동 저울이나 자율 계산대 등은 쇼핑 시간을 줄여 주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레알 퓨처스토어 홍보담당 마르코스 페르난데스는 “납품 업체, 정보기술(IT) 기업 등과 손잡고 매장 혁신을 위한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매장”이라며 “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반응을 보고 실용화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펠트(독일)=김성탁 기자

◆레알 퓨처스토어=2005년 기준 세계 5위 유통 기업인 메트로그룹이 두 번째로 세운 미래형 매장. 8495㎡(약 2570평) 규모에 8만여 개의 상품군을 갖추고 ‘편리·체험·정보’라는 세 가지 컨셉트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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