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하자 없다’ 9년 논란 종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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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함으로써 2000년부터 9년에 걸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판결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확보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을 대법원이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삼성에버랜드가 이 전무에게 헐값에 CB를 발행했는지였다. 이 회사는 1996년에 99억5459만원 상당의 CB를 발행했다. 당시 삼성 계열사와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주주가 CB 인수를 포기하자 이 전무 등 4명에게 포기물량(주당 7700원)을 배정했다. 이 전무는 이후 CB를 주식으로 전환,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소유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 전무는 삼성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삼성 계열사가 순환형 출자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전무가 당시 인수한 CB의 가격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법학과 교수는 2000년 6월 “이 전무에게 현저히 낮은 값으로 CB를 발행한 것은 편법 증여”라며 삼성 경영진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당시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이었던 허태학·박노빈 전 대표를 기소했다. 이들은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이 지난해 이 전 회장을 같은 사안으로 기소했지만 이 전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쟁점의 사건이 하급심에서 서로 다른 판결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최종 판결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게 내려졌다.

경제단체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은 국가 경제와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법성 논란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김창규·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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